[김승중 더봄] 진심 어린 감사 표현이 만드는 기적
[김승중의 슬기로운 인간관계] 행복의 숲 키우는 씨앗 심기 서로 간에 신뢰를 구축하고 새로운 일 지속할 힘 키워줘 구체성·진정성·적시성 원리
어쩔 수 없어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산다. 여기는 벗어날 기회만 있으면 도망치듯 떠나고 싶은 황량하고 척박한 곳이다. 지치고 각박한 삶이니 웃음도 없고 따뜻한 인정도 없고 오로지 다툼과 원망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먼지만 날리는 황무지를 누구라도 감탄하며 와서 살고 싶은 아름답고 풍요로운 지역으로 바꾼 기적의 이야기를 영화에서 소설에서 그리고 실제 삶의 현실에서 듣게 된다.
소설 <나무를 심는 사람>은 프랑스 프로방스의 황량한 알프스 산간 지역을 울창한 참나무 숲으로 바꾸고 다시 시냇물이 흐르게 하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마을로 변화시킨 나무를 심는 노인에 관한 감동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소설은 허구이지만, 실제 사례도 있다. 인도네시아의 농부 ‘음바 사디만’은 산불로 폐허가 된 지역에 홀로 묵묵히 반얀나무 씨앗을 심어 다시 생명으로 풍요로운 숲으로 변신시켰다.
우리의 일상과 삶이 차갑고 메마른 황무지 같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이를 온기가 흐르고 웃음과 희망이 있는 행복으로 바꾸는 나무 씨앗은 무엇일까? 만일 그런 기적의 씨앗이 있다면 우리도 나무를 심는 사람처럼 매일 매일 그 씨앗을 심고 가꾸어서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
행복의 숲을 만드는 나무 씨앗은 바로 감사(Appreciation)이다. 감사는 무심히 피어있는 작은 꽃을 발견하고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 아름다움을 감탄하고 귀하게 여기는 것과 같다. 그래서 감사는 단순히 "고맙다"는 말을 건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행동, 기여, 그리고 존재를 진정성 있게 인정하고 존중하는 행위이다.
감사의 핵심은 진정성에 있다. 형식적이거나 의례적인 감사는 쓰고 버려지는 소품과 같이 어수선하게 사라질 뿐이다. 반면, 진심 어린 감사는 하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심어져 기쁨을 만들고, 서로 간의 신뢰를 구축하며, 새로운 일을 지속할 힘을 키워준다.
감사와 비슷한 것으로, 칭찬이 있는데 유사품이니 구분함이 좋다. 칭찬은 특정 행동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의미한다. 잘했다는 평가는 듣기 좋기 마련이지만 평가는 평가이다. 누구로부터 평가를 받는 것이 불편할 수 있고 어떤 의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반면, 감사는 상대방의 기여가 나와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를 확인하고 알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잘했어요”라는 칭찬 대신, “당신이 제공한 아이디어 덕분에 오류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표현은 감사하는 마음을 더 진정성 있게 전달 한다.
감사하는 사람이 얻는 이익
감사는 받는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감사를 표현하는 사람 자신에게도 심리적, 정서적, 심지어 신체적 이익을 제공한다. 긍정심리학 분야의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 중 한 명인 바버라 프레드릭슨(Barbara Fredrickson)은 긍정적인 감정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확장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심리적, 신체적, 사회적 자원을 구축하게 한다는 <긍정 정서의 확장 및 구축 이론>을 발표하였다.
감사로 인해 단순히 잠깐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인지적 유연성을 확장하여 문제 대처 능력을 키워줄 뿐 아니라, 삶에 보탬이 되는 자원으로 축적되어 두고두고 우리의 웰빙에 기여한다는 것이니 감사는 노력 대비 투자수익률이 매우 높은 남는 장사이다.
감사를 표현하면, 그 행위 자체가 세로토닌과 옥시토신 같은 행복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여 긍정적인 감정을 증폭시킨다. 세로토닌은 평상심을 갖도록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고, 옥시토신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느낌을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신뢰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감사를 표현하는 행동은 자신이 관계와 사회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화한다. 심리학자 로버트 에몬스(Robert Emmons)는 감사를 표현하는 사람들이 더 높은 수준의 자존감을 경험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밝혔다.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더 나은 행동을 실천하려는 동기를 얻는 원리이다.
감사를 받는 사람이 얻는 이익
감사는 받는 사람에게도 심리적, 정서적, 사회적 이익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칭찬 이상의 깊은 심리적 영향을 미친다.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SDT)은 인간이 내적 동기를 유지하고 성장하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기본적인 욕구를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으로 제시한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게 되면, 보람과 자신감을 느끼고 더 나은 행동을 지속하려는 동기를 얻는다. 또한 감사는 사회적 인정(Social Recognition)을 통해 받는 사람에게 자신이 공동체에서 중요한 존재임을 느끼게 한다. 이는 관계에서 신뢰를 강화하고, 서로를 연결하는 심리적 유대감을 형성한다.
Z세대는 기존의 세대와 달라서 일터에서 일을 할 때 의미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연구와 보도를 자주 접한다. 사실 모든 인간에게는 목적의식이 생존에 매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목적이 있을 때, 우리는 난관에 봉착해도 포기하지 않고 뚫고 나간다. 감사는 바로 목적의식에 영향을 준다.
감사를 받을 때, 우리는 자신의 행동이 단순한 업무 수행을 넘어, 더 큰 목적과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가족이나 동료 또는 모르는 누군가로부터 감사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발견한 경험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직장과 일상에서 감사를 실천하는 방법
감사는 단순히 의례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에게 선물을 주는 것처럼 정성과 진심을 담아 실천하면 좋다. 다음은 감사를 실천하는 세 가지 원리이다.
첫째, 구체성이다. 감사를 표현할 때는 상대방의 행동과 기여를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마치 일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듯이 말하면 좋다. 예를 들면, “김 대리님이 지난 회의에서 제시한 해결책 덕분에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와 같은 식이다.
둘째, 진정성이다. 형식적이거나 지나치게 과장된 감사는 말하는 사람의 진정성을 훼손한다. 진심이 느껴지는 태도가 중요하다. 칭찬을 건네는 평가의 어조보다는 도움을 받은 사람의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이 좋다.
셋째, 적시성이다. 가능한 한 빠르게 표현해야 효과적이다. 일이 끝난 직후나 적절한 맥락에서 전달하면 더 큰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감사는 운동 에너지와 같아서 파동이 발생했을 때 건네는 것이 좋다.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나서 기억에서 사라졌을 때 감사를 받아서 나쁠 거야 없겠지만 새로운 파동을 만들기는 어렵다.
무미건조한 직장 분위기에서 감사를 실천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 작은 리추얼(의례적 행위)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매주 팀 미팅에서 지난주에 있었던 업무 진행 상황을 공유할 때, 서로의 기여를 인정하는 시간을 가지는 방식은 구성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관계를 강화하고 일의 목적의식도 강화한다.
가정과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기던 일상적인 작은 기여에도 감사를 표현하면 함께 사는 공간이 더욱 훈훈해질 것이다. 배우자나 자녀, 친구에게 그들의 행동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줄 필요가 있다. 빨래를 마쳤다는 세탁기 알람을 듣고 세탁물을 건조기로 옮긴 아들에게, 아르바이트에서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수다스럽게 말해주는 딸에게, 그리고 배우자에게 그들의 행동과 그저 함께 있음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말해주자.
감사는 단순히 말로 끝나는 행위가 아니다. 진심 어린 감사는 건네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마음에 심어져 싹을 피우고 나무로 자라서, 사람들의 마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관계를 더욱 깊고 진정성 있게 만들어 준다. 감사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심리적, 정서적, 신체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신비한 씨앗이다. 감사는 관계의 자양분이며, 삶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는 가장 단순하지만 강력한 실천이다. 오늘 하루, 작은 감사의 말을 건네며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마음의 나무를 심으면 어떨까?
Give honest, sincere appreciation. 진심 어린 감사를 표현하라.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 원칙 2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