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진흙탕 만든 행동주의 플랫폼···고려아연서 등장한 그들
헤이홀더 허권 변호사 액트 이상목 등 고발 주주 대표성 부족한데 제3자 연합 편에 서 제3자 신주 발행-유증 철회 지지 이중성도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을 앞두고 주주행동주의 세력 간의 내전이 격화하고 있다. 고발인 주주행동 플랫폼 '헤이홀더'와 피고발인 '액트'는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의 분쟁에서 최윤범 회장을 지지하면서 고려아연측의 전략을 좌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22일 재계 등에 따르면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3자 연합'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플랫폼 액트 대표가 경찰에 고발당했다. 주주행동 플랫폼 '헤이홀더'를 운영 중인 허권 변호사가 이날 오전 이상목 액트(법인명 컨두잇) 대표이사, 윤태준 액트 지배구조연구소장, 이준용 전 한미사이언스 주주연대 대표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허 변호사는 이들이 소액주주의 의견을 무시한 채 3자 연합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경영권 분쟁이 종료된 듯한 신호를 시장에 줘서 한미사이언스 주가를 떨어뜨렸고,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특히 고발인은 이 과정에 장차남(임종윤·종훈 형제)을 지지하다 마음을 바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주목했다.
지난 9월 3일 신동국 회장과 송영숙·임주현 모녀는 장외거래의 형태로 주식매매 계약에 따른 거래를 마무리했다. 모녀가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가운데 444만4187주(지분율 6.5%)를 신동국 회장에 넘기면서 신 회장의 지분은 12.43%에서 18.92%로 확대됐다. 28일 예정된 임시 주총에서 3인연합은 이사회 인원을 현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고, 신규 이사로 신동국 회장, 임주현 부회장 2인을 선임하는 방식으로 이사회를 재편하려고 준비중이다.
임주현 부회장(9.70%), 송영숙 회장(6.16%) 지분을 합산하면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12.46%), 임종훈 대표(9.15%)측을 웃돈다. 이와 함께 지분 6.04%를 가진 국민연금까지 단순투자 목적을 일반투자로 상향해 의결권 행사를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로 넘기면서 26일 회의를 앞두고 있다.
허권 변호사는 "'한미사이언스 주주연대 일동' 명의의 제3자 연합 공개 지지 선언은 다른 주주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이준용 전 대표 등의) 4인 단톡방에서 나온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플랫폼 액트에 가입한 주주들의 지분 2.26%가 3자 연합을 지지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했다"며 "상장 증권의 가격에 대해 타인에게 잘못된 판단이나 오해를 유발하는 행위를 시장질서 교란 행위로 규정한 자본시장법 제178조의2 제2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준용 전 대표의 제3자 연합 지지 선언은 시장에서 경영권 분쟁의 종료 신호로 받아들여져 10월 1일 주가가 24% 넘게 급락했다. 다만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비난 여론이 쇄도하자 결국 이 전 대표는 다음날 3자 연합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이밖에도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를 하기에 앞서 2영업일 전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위임장 용지 및 참고 서류를 제출하고 의결권 피권유자들에게 위임장 용지 및 참고 서류를 교부해야 했으나 이를 생략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면서 자본시장법 제152조 제1항, 제153조를 위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사건을 이 전 대표가 아닌 이상목 액트 대표가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 회장은 피고발인들에게 면담을 급하게 요청했고 다음 날 면담이 이뤄졌으며 다음 날 피고발인들이 액트 플랫폼에 모인 주주들의 의사를 묻지도 않은 채 급하게 3자 연합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지적했다.
주주행동주의 플랫폼 '액트'의 운영자인 이상목 대표는 올해 3월 고려아연 주총에 앞서 해외합작법인만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할 수 있다는 현행 정관 내용을 삭제해 상법에서 엄격히 제한하는 제2자 신주 발행을 경영권 방어 등에 활용하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에 지지 입장을 보탠 바 있다. 허권 변호사가 대표인 헤이홀더 역시 지난 14일 최윤범 회장의 고려아연 유상증자 철회 직후 입장문을 내고 "지배구조 개선의 의지를 보인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