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죽어도 끊이지 않는 교제 폭력, 강력 방지 입법화 시급

하루 평균 238건 신고 발생 男 흉기 휘둘러 범행 잔혹 전문가 "처벌 범위 넓혀야"

2024-11-20     이상무 기자
스토킹(CG) /연합뉴스

최근 교제 폭력으로 여성들이 살해되는 일이 전국 각지에서 반복되고 있다. 살해 동기는 ‘스토킹 고소를 취하해주지 않아서’ ‘자신을 무시해서’ 등이었다. 현행법상 강제적인 접근 금지·분리와 강력한 처벌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까지의 교제 폭력 신고 건수는 7만2276건으로 하루 평균 238건에 달한다. 이 중 사건 접수로 이어지지 않고 '현장 종결'된 건수는 올해 4만41건으로 전체 신고 건수의 55.4%를 차지한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해 교제 폭력 피의자가 1만3939명이고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이 최소 138명이라고 집계했다. 이는 2020년 대비 55.7%나 증가한 수치다. 살인미수 등에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311명이었다.

문제는 여성이 친밀한 상대 남성의 폭력에 훨씬 취약한데 일반 폭행죄 혐의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성폭력이 아닌 폭행·협박 등은 형법상 반의사불벌죄가 성립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법망을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 현재 스토킹과 가정폭력은 법률적으로 피해자 보호 조치가 규정돼 있지만 교제 폭력은 아직 반의사불벌죄로 분류된다.

30대 남성 서동하 씨는 지난 8일 경북 구미시 한 아파트 복도에서 전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전 여자친구 어머니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히는 등 살인미수 혐의도 받는다. 그는 스토킹 가해자로 3차례나 경찰에 신고돼 교정 프로그램까지 이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날 40대 남성 김모 씨가 서울 강서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김씨는 3개월간 알고 지내던 피해자가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얘기를 듣고 홧김에 범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에는 유부남 육군 장교가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내연 관계 여성 군무원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다음 몰래 버려 구속됐다. 같은 날 경기 파주의 한 모텔에선 50대 남성이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에 화가 났다며 연인을 살해해 구속됐다.

교제폭력방지법은 지난 21대 국회에 여러 법안이 발의됐지만 별다른 논의 없이 폐기됐다. 어떤 시점부터, 또 어떤 관계까지를 교제한 것으로 볼지 기준을 정하기 어려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해외에선 이미 관계 유형이나 주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교제 관계를 정의하고 있다. 한국도 교제 살인을 억제하려면 관련 법을 빨리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파트너폭력처벌법' 이런 식으로 가정폭력처벌법을 변경해야 한다"며 "시대 상황에 맞춰서 요새는 혼인 신고를 안 하고도 동거하는 커플이 많으니까 범위를 넓혀주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임시 조치 등이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22대 국회 들어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교제 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을 7월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교제 폭력 범죄를 알게 된 의료인, 구급대원 등에 신고 의무를 부과했다. 교제 폭력 범죄자가 심신장애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형을 감경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교제 폭력 범죄에 대해 반의사 불벌 조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대표 발의한 '교제 폭력 방지 및 처벌을 위한 교제 폭력 3법'에도 반의사불벌죄 폐지 내용이 담겼다. 또한 교제 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명확한 책무를 규정하고 피해자가 더 신속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긴급 상황 발생 시 경찰의 신속한 출동을 가능하게 했다. 피해자에게는 주거 지원을 통해 필요한 보호 조치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