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몸값 6조’ 바이오 사업 판다···M&A ‘실탄 확보’ 해석

업황 변동성 큰 그린바이오 매각 매각 예상 금액 5조~6조원 전망 트럼프 정부 대비 생산 기지 확충 유럽 식품 기업 인수 등 가능성도

2024-11-19     류빈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 /CJ그룹

CJ그룹이 CJ제일제당의 그린바이오 사업 부문 매각을 추진한다. CJ제일제당을 키운 그룹의 모태 사업이자 글로벌 1위를 차지하는 그린바이오 부문은 매각 예상 금액만 5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매각하는 이유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면 과감히 정리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CJ그룹이 글로벌 식품회사로의 도약에 더 힘을 쏟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1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사업부 매각을 위해 매각 주관사로 모건스탠리를 선정하고 사모펀드(PEF)와 접촉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 달 본입찰을 실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의 몸값은 5조∼6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날 공시를 통해 "바이오사업에 대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구체적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한다는 방침이다.

바이오사업부는 CJ제일제당을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성장시킨 모태 사업이다. MSG(글루탐산나트륨) 사업에 이어 사료용 아미노산 라이신 시장에 진출하면서 성장 궤도에 올려놓았다.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부는 그린바이오, 화이트바이오, 레드바이오 3가지 부문으로 나뉜다. 이번 매각은 동물 사료용 첨가제와 식품 조미 소재를 생산하는 그린바이오를 대상으로 추진한다.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화이트바이오와 신약 기술 등을 개발하는 레드바이오는 이번 매각에서 제외된다.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부의 매출 90% 이상을 그린바이오가 차지한다. 그린바이오 시장은 라이신 등 동물의 생육을 돕는 사료용 아미노산과 핵산이나 MSG처럼 맛과 향을 내는 식품조미소재 등으로 나뉜다. 건강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기능성 아미노산도 있다. 특히 CJ는 8대 사료용 아미노산 중 라이신 등 5개 품목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부는 지난해 매출 4조1343억원으로 CJ제일제당 전체 매출의 23%에 달한다. 이는 각각 39%를 차지하는 식품과 물류(CJ대한통운)에 이어 3번째 규모다. 영업이익은 2513억원으로 전체의 30% 수준이다. 올 3분기까지도 누적 매출 3조1474억원, 영업이익 2729억원을 기록할 만큼 알짜 사업이다. 

그럼에도 CJ제일제당이 그린바이오 부문을 매각하기로 한 것은 글로벌 업황에 따라 수익 편차가 커 실적도 들쑥날쑥했기 때문이다. 특히 돼지나 가축의 성장 발육을 촉진하는 필수 소재인 라이신은 최대 소비국인 중국이나 미국 시장의 수요 변화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크다. 최근에는 중국 내수 부진으로 외식 수요가 감소하면서 돼지고기 소비도 줄었고 중국 현지 기업들의 값싼 라이신 물량 공세 등의 영향으로 CJ의 입지가 줄어들었다.

이런 영향으로 CJ제일제당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바이오 사업 매출액이 89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02억원으로 90% 하락한 바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9월 CJ그룹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바이오 및 축산 부문에서 주요 제품 시세가 전년 대비 낮아진 점을 감안해 연간 실적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대상도 소재 부문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5% 줄어든 9912억원을 기록하고, 영업손실 18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CJ제일제당의 그린바이오 사업 축소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지난해 10월 CJ제일제당은 브라질 자회사 CJ셀렉타 보유지분 전량(66%)을 미국 곡물 기업 번지의 브라질 자회사 번지푸드 S.A.에 매각했다. CJ셀렉타는 사료 원료로 쓰이는 농축대두단백(SPC) 분야 세계 1위의 대두 가공기업이다. 2022년 기준 매출이 약 1조1320억원에 달할 만큼 알짜 자회사로, 당시 바이오 부문 호실적을 이끌었다. 

CJ그룹은 이번 매각을 통해 M&A를 위한 실탄을 확보할 것이란 업계 전망이 나온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8월 중국 식품 자회사 ‘지상쥐’ 보유 지분 60% 전량을 3000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셀렉타까지 정리했다. 앞서 CJ헬로비전은 LG그룹으로, CJ헬스케어는 한국콜마에 각각 매각하면서 얻게 된 실탄으로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를 2조원에 매입하는 데 보탰다. 이후 미국 냉동 피자 시장 점유율 2위인 슈완스가 갖고 있는 냉동 유통망 영업력을 활용해 비비고 만두 등을 미국 현지 유통채널에 입점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3629억원에 불과했던 CJ제일제당의 미국 식품 매출은 지난해 4조3807억원까지 성장했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으로 무역 장벽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현지 생산 기지를 구축하기 위한 비용을 매각을 통해 충당할 것으로도 내다봤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CJ로서 근간 사업이었던 바이오를 뺀 것은 아예 식품 쪽에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커 보인다”면서 “매각을 통해 트럼프 정부에 대비해 미국 현지 생산 기지를 구축하기 위한 현금을 마련한다거나 유럽 쪽의 글로벌 기업을 인수하거나 여러 가지 방안들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