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교육···혁신인가 현장의 혼란인가?

교사 정원 부족, 학점제 제동 학점제, 포용적 아닌 폭력적 2028 대입제도, 학점제 충돌

2024-11-18     김성하 인턴기자
18일 국회에서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라는 주제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김성하 기자

"고교학점제,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요? 보완책을 모색했다면 현장 교사들이 이렇게까지 어려워했을까요?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답을 찾지 못해 사교육에 의존하며 입시 정보를 학원에서 물어봐야 했을까요? 진로와 적성을 찾아 고등학생들이 대안학교나 자퇴를 선택해야 했을까요?"

위혜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중등위원회 위원장은 고교학점제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짚으며 2025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교육 현장에서 제기되는 질문들을 던졌다.

18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토론회에서는 대학입시, 교사 정원, 학기제 도입 등 고교학점제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가 논의됐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정을호 의원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공동 주최했으며 김준혁·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축사를 맡았다.

정을호 의원은 "고교학점제는 학생 중심 교육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제도"라며 "이번 토론회가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생산적인 논의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혜진 위원장은 전교조 실태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한 발제를 통해 고교학점제의 운용 현황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위 위원장은 "고교학점제가 도입 취지와 달리 학생들에게 포용적이지 못하고 오히려 폭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쌓아야 할 시기에 진로와 교과목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이수 학생의 보충 수업과 방학 중 계절 학기 운영 등 모든 책임이 학교와 교사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고교학점제의 졸업 기준은 교육 이념과 현실 모두에 맞지 않는다"고 현장 교사의 입장을 대변했다.

교사 정원 확보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지난 7월 전국 중등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7.5%가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교사 정원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2024년 기준 중등교원 결원이 9204명에 달하는 등 교사 부족 문제가 제기됐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정미라 교육정책 디자인연구소 본부장은 고교학점제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혔다.

정미라 본부장은 '고교학점제, 현장의 목소리로 완성한다 - 교사 지원, 안정적 제도 안착의 초석' 발제를 통해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개별성을 존중하고 다양한 진로 설계를 지원하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 있는 제도"라며 "교육과정의 변화를 통해 공교육의 질적 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교사 정원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는 학점제의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기 어렵다"며 "다교과·다학년 수업을 맡은 교사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교사 정원 확대와 안정적인 배치가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학한 대학 무상화 평준화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의 '고교학점제와 2028 대입제도의 엇박자 문제 해결을 위한 개편 방향' 발제가 진행됐다.

김학한 위원장은 "2028 대입제도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와 목표를 무력화하며 교육과정과 대입제도의 방향성이 충돌하고 있다"며 "대입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고교학점제가 추구하는 학생 진로와 적성을 고려한 교육과정 운영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입제도의 내신과 수능을 모두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며 "현재의 상대평가 체제는 수능 중심 교육을 심화시키고 학생들을 입시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입시 중심 교육을 해소하고 보편적 교육과정으로 전환하는 것이 교육과정 정상화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토론 시간에는 장승진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을 비롯해 △김지현 계룡고등학교 교사 △구민서 경기학부모회 사무국장 △정사명 교육부 2022 개정 교육 과정 지원팀 팀장 △유명한 교육부 기초학력 진로교육과 교육 연구관 △김효수 교육부 교실 혁신지원과 교육 연구관이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주제로 활발한 논의를 펼쳤다.

정을호 의원은 "오늘 토론회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고교학점제의 문제점을 알리고 교사, 학생, 학부모 등 교육 주체들과 함께 고교 교육 정상화를 요구할 계획"이라며 "의원실과 교육부가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 고교 교육 정상화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고교학점제는 내년인 2025년 중학교 3학년이 고등학교 1학년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