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 발목, 해외선 그나마 선방···식품업계 3분기 실적 ‘뚝’

삼양식품·CJ제일제당 등 해외 덕에 외형 성장 유지 해외 비중 낮은 오뚜기, 중국법인 부진 오리온·농심 “판관비 투자도 어려워···해외 비중 늘리는 게 관건”

2024-11-18     류빈 기자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국내 식품업계가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3분기 실적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수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일찍이 해외 시장을 공략해온 식품 기업들만이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 CJ제일제당 등 해외사업을 확대해 온 식품기업을 제외하곤 오뚜기, 오리온, 농심 등은 내수 시장 침체로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졌다. 

삼양식품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4389억원과 영업이익 87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31%, 101% 증가했다. 불닭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1조2491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액(1조1929억원)을 뛰어넘었다. 누적 영업이익은 131% 늘어난 2569억원으로 올해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돌파했다. 

삼양식품 실적을 견인한 3분기 해외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3428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78%를 차지했다. 해외 판매 법인을 중심으로 한 현지 맞춤형 전략과 미국과 유럽 내 불닭 브랜드 인기가 매출로 이어져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국내 식품업계 대장격인 CJ제일제당도 해외 사업부문 덕분에 그나마 외형 유지가 가능했다.  자회사인 CJ대한통운 실적을 제외한 CJ제일제당의 영업이익은 2764억원으로 0.4% 늘었고, 매출은 4조6204억원으로 1.1% 감소했다.

CJ제일제당의 식품사업 매출은 2조9721억원으로 1.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613억원으로 31.1% 줄었다. 이중 해외 식품사업 매출이 절반 수준인 1조4031억원으로, 작년 동기와 비교해 5.1% 늘었다. 그러나 내수 소비 부진과 원가 부담 등으로 국내 식품 사업 매출은 1조5690억원으로 6.1% 감소했다.

해외 사업부문이 상대적으로 약한 오뚜기는 실적 타격이 컸다. 오뚜기는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9041억원으로 0.5% 줄었다. 영업이익은 6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4% 감소했다. 오뚜기 측은 “해외부분 매출과 이익은 소폭 증가는 했으나, 국내 매출액은 증가가 미미한 반면, 매출을 위한 판매비가 증가하면서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일찍이 해외 시장에서 선방했던 오리온과 농심은 중국 사업 부문이 크게 줄면서 타격을 입었다. 

오리온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774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1% 증가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1371억원으로 2.6% 감소했다. 오리온 한국법인은 3분기 매출은 2711억원으로 0.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438억원으로 2.0% 증가했다. 오리온은 주력인 중국 법인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2%와 12.7% 감소한 것이 실적 부진에 영향을 줬다. 중국 현지 시장도 내수 부진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안 좋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농심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3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5% 감소했다. 3분기 매출은 8504억원으로 0.6% 줄었다. 

농심은 영업이익 감소에 대해 내수 시장 침체에 따른 판매촉진비 증가, 해상 운임 등 수출 비용과 경영 비용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출은 해외 사업이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였으나 내수와 중국 사업 부진으로 소폭 감소했다.

농심의 국내 법인 수출 매출은 33.5% 늘었고 미국과 일본, 호주, 베트남 법인 매출은 각각 1.4%, 20.3%, 15.4%, 20.4% 증가했다. 그러나 중국 사업이 현지 소비 침체 속에 온라인 채널 판매 부진으로 매출이 21% 줄었다. 내수 사업에서도 경기 둔화 영향으로 시장 규모가 줄어 매출이 스낵과 음료 부문에서 각각 6.6%, 13.8% 줄었다.

대상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3조2105억원으로 3% 늘고 소재 사업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영업이익은 30.3% 증가했다. 다만 올해 국내 식품 사업 부문은 내수 침체 여파로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12.9% 줄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원가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판촉행사 등 판매관리비를 투자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내수 시장만 바라보면 소비 침체로 인한 매출 부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해외 사업 비중을 늘리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