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에 기업 밸류업 더 멀어져···국내 매출·투자 모두 감소

한경협, 814개사 사업보고서 분석 수출도 기저 효과+1위 삼성 '착시'

2024-11-13     이상헌 기자
지난해 11월 명동 거리에서 열린 2023 코리아세일페스타 개막식 기념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침체로 인해 내수기업의 매출액이 코로나19 위기가 닥쳤던 2020년 이후 첫 감소로 돌아섰다. 수출기업의 경우 13.6% 반등했으나 전년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가 나타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13일 한국경제인협회는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인 비금융업 법인 814개 사의 경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 내수기업은 매출액이 마이너스(-)1.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내수기업의 매출액을 수출과 내수 부문으로 나눴을 때 수출은 올 상반기 3.7% 증가했으나 내수 부문이 2.4% 감소해 전체 매출액의 감소를 주도했다. 

한경협은 한국은행의 기준을 준용해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을 수출기업, 그 미만인 기업을 내수기업으로 분류해 조사를 진행했다. 결과 전체 기업의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6.7% 증가했다. 다만 전체 매출 증가세는 수출기업(194개 사)의 매출액이 13.6%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나머지 내수기업(620개사)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9% 감소했다. 2020년(-4.2%) 이후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이 감소한 것은 4년 만이다.

매출액이 줄어든 내수기업을 업종별로 보면 지주회사(-17.6%) 도소매업(-6.5%) 전기·가스·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5.5%) 제조업(-1.1%) 순으로 감소율이 높았다. 지주회사의 매출 감소는 자회사 실적 부진에 따른 배당 축소, 도소매업의 감소는 소비 부진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한경협은 수출기업 매출 증가도 전년도(2023년) 매출액 감소(-7.3%)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1위 기업을 제외한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5.9% 증가에 그쳤다. 상반기 기업 투자 역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8.3%)했다. 전체 기업투자 증가율은 2020년 16.9%에서 2022년 9.5%로 낮아졌다가 지난해 15.7%로 반등했으나 올해 들어 다시 대폭 줄었다. 이에 경제 전반의 성장동력이 위축될 우려가 나온다고 한경협은 설명했다.

기업이 비용을 줄여 흑자를 내는 ‘불황형 흑자’ 현상도 관찰됐다. 실제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23년 2.2%에서 올해 상반기 7.4%로 개선됐다. 하지만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 관련 비용 비중은 2023년 97.8%에서 올해 상반기 92.6%로 떨어졌다. 고금리 장기화로 이자 비용도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전체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갚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취약 기업) 비중은 2020년 코로나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정부 지출 및 소비 확대에 따른 국민부담률(명목 GDP 대비 조세와 사회보장 기여금 등 준조세의 합) 급증이 지갑을 닫게 만든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의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0년까지 국민부담률이 20.9%에서 32.0%까지 급증한 결과 총소비 지출 가운데 민간 소비 비중은 55%대에서 40% 중반까지 떨어졌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글로벌 경기 위축과 반도체 등 주력업종 하락 사이클 진입 등으로 지금의 수출실적이 정점이 아니냐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며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유연한 통화정책, 투자지원 확대,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