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영 더봄] 로제 '아파트' 열풍과 세계 술 문화(2)

[전지영의 세계음식 이야기] 맥주 마실 때 건배하지 않는 헝가리 영국보다 더 보수적인 미국 술 문화 남미 유럽 등 세계의 다양한 술 문화

2024-11-13     전지영 푸드칼럼니스트

술을 마시면 왜 취할까?

로제의 '아파트'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건들건들하며 가사를 시비 걸듯이 강한 비트로 부르는 부분이 있다. 마치 목소리가 커진 술 취한 사람이 고성방가하는 것처럼 말이다.

술을 마시면 취하는 이유는 술에 함유된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 때문이다. 이 물질이 몸에 싸이면 정신이 몽롱해지고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게 된다.

술에 취하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픽사베이

사람마다 술의 알코올을 분해하는 능력에 차이가 있어서 술을 조금만 마셔도 잘 취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많은 양의 술을 마셔도 끄떡없는 사람이 있다. 술 취하는 것이 유전이라고도 하고 인종에 따라서도 술에 약한 인종이 따로 있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비교적 알코올 분해 능력이 흑인이나 백인보다 떨어지고 유전적으로 술에 약한 민족이다. 그렇지만 한국인들의 1인당 음주량은 세계에서 상위에 랭크되어있다. 이렇게 술에 약한 한국인들의 1년간 술 소비액은 국방예산과 맞먹을 정도라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맥주 마실 때 건배하지 않는 헝가리

헝가리에서 맥주를 마실 때는 건배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헝가리의 독특한 술 문화는 1848년 오스트리아가 헝가리 장군 13명을 사형하고 나서 맥주로 건배한 것이 발단되어 자리 잡은 문화이다. 헝가리는 그날의 설욕을 잊지 않기 위해 150년 동안 맥주를 마실 때 건배하지 않는다고 한다. 보수적인 헝가리인들은 아직도 과거 역사적 사건 때문에 맥주를 마실 때 건배하지 않는다.

맥주를 제외한 다른 술은 건배해도 상관이 없다고 한다. 주로 헝가리인들이 많이 마시는 술은 알코올 도수가 높은 전통술 팔링카이다. 식사할 때는 주로 와인이나 맥주를 곁들여 먹는데 안주는 거의 먹지 않고 팔링카 안주로 맥주를 마신다고 한다.

헝가리에서는 맥주를 마실때 건배하지 않는다. /픽사베이

영국과 미국의 술 문화 차이

영국에서는 술에 있어서 비교적 자유롭다. 런던을 제외하고는 길거리는 물론,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술을 마신다. 음주 연령도 미국보다 어려 가정에서는 중학생들도 술을 마실 수 있다. 하지만 술을 구매할 수 있는 나이는 엄격히 지켜진다. ‘challenge 25’라는 정책은 25세 미만에게는 신분증을 검사할 수 있는 제도이다.

자유로워 보이는 미국은 의외로 술에 있어서는 영국보다 훨씬 보수적이다. 야외에서 술을 마시거나 길거리에서 걸으면서 술을 마시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게다가 바에서는 술에 취했다 싶으면 주인이 더 이상 술을 팔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 바에서는 취하기보다는 가볍게 마시고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나누는 것이 목적이다.

정말 취하고 싶으면 하우스 파티를 열어 밤새워 마시고 놀기도 한다. 특히, '스포츠 바'에서 맥주와 함께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 미국의 독특한 술 문화 중 하나이다.

미국에서 술에 취하고 싶으면 하우스 파티를 열어 밤새 술을 마신다. /픽사베이

세계의 다양한 술 문화

남미를 대표하는 멕시코와 브라질에서도 열정적인 국민성답게 다양한 술을 즐기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데킬라와 메스칼을 주로 마시는데 데킬라는 전통적으로 샷으로 마시며, 레몬과 소금을 곁들여 먹는다. 멕시코에서 축제와 함께 즐기는 술이기도 하다. 브라질에서는 카이피리냐(Caipirinha)라는 칵테일이 유명하며 이 칵테일은 설탕, 라임, 그리고 카샤사(Cachaça)로 만들어지며 브라질 전역에서 사랑받고 있다.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에서는 와인과 함께 다양한 음식과 치즈를 즐기고 있다. 와인은 그 종류도 무척 다양하며 음식마다 어울리는 와인도 따로 있다.

맥주의 나라 독일은 맥주 가격이 물값이랑 비슷하다. 독일은 석회암 지반으로 인해 석회수가 많아서 수돗물로 나오는 물은 식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이렇듯 물이 좋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맥주와 와인 등 술이 발달하게 되었다.

러시아의 국민 술 보드카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마시기도 하지만 감기에 걸렸을 때도 민간요법으로 치료 약으로 마신다. 러시아에서는 보통 샷으로 보드카를 마시며, 음주 시 다 같이 건배하는 문화가 있다.

러시아에서 보드카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마신다. /픽사베이

전 세계인들이 ​브루노 마스와 로제가 신나게 춤을 추며 '아파트'를 열창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의 술 문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외국 클럽에서 “아파트, 아파트~” 떼창을 하면서 아파트 술 게임을 즐기는 뉴스를 보고 있다 보면 술이라는 매개체가 언어와 인종의 장벽을 허물고 함께 공감하고 즐기는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 같다.

부어라, 마셔라, 폭탄주에 밤새 술을 마셔서 인사불성과 고성방가가 난무하는 한국의 무지막지한 술 문화보다는 '아파트' 술 게임을 하면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술 문화까지만 전파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