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9개월 만에 반려견과 재회한 주인···"대피소에 데려갈 수 없었어요"
일본, 지진 피난소 반려견 동반 입장 문제 한국도 필요한 반려견 동반 피난 대책
오사카=김현우 기자
"멍! 멍!" 울부짓는 애완견 소리에 잠에서 깬 다카에 타케토 씨(57).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7.6. 뉴스에선 쓰나미 경고까지 보도되면서 사람들은 '혼비백산'했다. 급하게 키우던 반려견을 데리고 대피소로 달려간 타케토 씨. "반려견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안내원의 한마디에 키우던 강아지와 생이별했다.
이시카와현에서 지진이 발생한 것은 올해 1월이었다. 지진으로 인해 임시 피난 생활을 하게 된 그는 어쩔 수 없이 반려견을 외부의 NPO 단체에 맡겨야 했다.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10월, 주스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타케토 씨는 노토반도 지진 이후 오랜만에 그의 반려 시바견 ‘켄시로우’와 재회했다. 타카에 씨는 NPO 직원이 데려온 켄시로우를 보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주인을 알아본 켄시로우는 꼬리를 힘껏 흔들며 다카에 씨에게 달려가 그의 몸에 얼굴을 맞대고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둘은 감격스러운 재회를 나눴다.
타카에 씨는 올해 초 지진으로 인해 자택 겸 음식점이 피해를 당해 어머니(79)와 함께 인근 복지시설로 피난했다. 반려견과 함께 지낼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지원을 위해 파견된 NPO 법인 ‘피스윈즈재팬’(히로시마현 본부)에 켄시로우를 맡기게 되었다.
켄시로우는 피스윈즈와 협력하는 하마마쓰시의 직장인 호쿠바야시 유카 씨(43)의 집에서 돌봄을 받으며 호쿠바야시 씨의 애견 메리와 친구가 되어 함께 낮잠을 자고 식사를 나누며 지냈다.
일본에서는 반려견과 함께 피난하는 문제가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 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많은 사람들이 피난소에 반려동물을 데려가지 못하거나 차에서 지내야 했던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일본 환경성은 2013년 반려견과 동반 피난하는 ‘동행 피난’을 원칙으로 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피난소 내에 반려견 공간을 마련하거나 텐트를 설치하는 등의 방안이 포함된 이 지침은 2016년 구마모토 지진 이후 활용되었으며, 2018년에 개정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주스시의 경우 시내 45개 피난소 중 반려견과 실내 동거가 가능한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환경성은 이번 노토반도 지진의 피난소 상황을 조사해 내년 중 지침을 재개정할 계획이다.
한국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국내에서는 원칙적으로 봉사견 외에는 대피소에 입장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반려견 수용이 가능한 곳도 있지만 비상 상황에서 대피 시설을 빠르게 찾을 방법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았다.
따라서 반려견 보호자들 사이에서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년째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는 김성민 씨(가명·남·37)는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반려견도 가족”이라며 “비상 상황에서 반려견과 함께 대피할 수 있는 대피소 목록을 앱 등으로 만들어 반려견 가족에게 제공하거나, 일반 대피소 내에 반려견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반려 동반 대피소 확충을 위한 법 개정도 시도됐다. 지난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해구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구호 대상에 이재민과 일시 대피자 외에도 이들이 동반한 반려동물이 포함되도록 하고, 구호 기관이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임시 주거시설을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을 규정했다.
한정애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반려동물이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 잡은 만큼 재난 상황에서도 함께 대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는 동물 동반 대피소 마련을 의무화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반려인과 반려동물 모두가 안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