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원 더봄] 아동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은 아동에게 이로울까?

[손민원의 성과 인권] 전문가가 설루션을 제공한다며 가정 문제 적나라하게 내보내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하는 아이들 TV출연 자체가 차별 원인 되기도

2024-11-07     손민원 성ㆍ인권 강사

너무 자극적이어서 일부러 찾아보진 않지만 한번 보기 시작하면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예능 프로그램이 설루션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출연자는 연예인부터 일반인까지 다양하다. 설루션의 대상은 자영업자가 되기도 하고, 반려동물이 되기도 하고, 이혼의 위기에 있는 부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정말 구제 불능처럼 보이는 아이, 그리고 그 뒤의 부모들 등 다양하다.

이런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방송을 통해 한 가정의 적나라한 모습이 여과 없이 자극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어떻게 용기를 내서 TV 출연을 결심했을까? 또는 얼마나 막다른 골목에 있기에 이렇게 출연을 결심했을까? 여러 생각을 하면서 TV에 몰입하게 된다.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임 /어도비 익스프레스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 위기 상황에서도 기가 막힌 설루션은 제공되고, 그 설루션을 보면서 시청자는 혜안에 무릎을 '탁' 치고, 어떤 순간은 자신의 문제에 대한 힌트를 얻기도 하고, 평상시 내가 잘못 인지하고 있는 생각의 오류에 대해 깨닫기도 한다. 아마도 그들은 어떤 강압에 의해 출연을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출연의 대가가 설루션과 함께 얼마의 금전이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한 초등학교에서 ‘아동 권리’ 교육을 진행하는 상황이었다. 교육 내용은 ‘우리는 모두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자’, 뭐 그런 내용이었다. 우리 반 친구와 달리 내가 가진 ‘특별함’에 관해 돌아가면서 한 사람씩 발표했다.

한 학생은 ‘나는 혓바닥이 코에 닿는다’고 말하고 그것을 직접 보여주면서 친구들은 재미있어했고, 그 옆의 학생은 ‘나는 넘어지기를 진짜 잘해···. 그래서 깁스를 네 번 했다’면서 자신보다 깁스를 더 많이 한 친구가 없을 거라면서 깁스한 것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그 옆 학생의 차례가 됐다.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몇몇 친구가 “야, 넌 TV에 나가 봤잖아”하면서 “얘, 금쪽이예요”라고 나에게 말해 줬다. 그 학생은 더 고개를 숙였고, 나는 그 학생이 당황해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모두가 다르고, 그 다름이 존중돼야 함을 아는 시간이었지만 교실에서는 또 다른 차별을 양산하는 모습에 나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그 학생의 TV 출연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그 학생이 TV에 출연했다는 것을 전교의 모든 학생과 선생님이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쉬는 시간에도 그 친구는 ‘금쪽이’로 통했다. ‘금쪽이’라는 꼬리표가 또 다른 고통을 주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이 아이의 방송 출연에 대해 그 부모는 동의를 구했을까? 방송과 관련된 방송 관계자는 어린 출연자에게 동의와 허락을 받았을까? 동의했다면 그 뒤에 오는 이런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주었을까? 이런 후폭풍이 있다면 아마도 그 아이는 방송을 나오는 것을 더 신중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방송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이 영상은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도 기록으로 찾아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른과 똑같이 아동에게도 올바른 정보를 들을 권리가 있으며, 자신과 관련된 것에 대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 개인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지 않을 권리가 지켜져야 하는 것은 아동의 기본 권리다. 어떤 참여자이건 자극적인 사생활이 방송을 통해 여과 없이 보여지고, 그것이 평생 꼬리표로 따라다닌다면 그것은 일시적인 문제 해결이지 진정한 설루션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삶의 어려운 순간 주어지는 힌트가 정말 목마른 사람들에게 단비가 돼야지, 또 다른 낙인을 만들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시청률을 넘어 이런 고민이 담긴 프로그램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