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핼러윈 D-2···'핫플레이스' 이태원·홍대 대응 태세는

경찰·지자체 안전관리 합동 지원 홍대 시민 "항상 붐벼 경각심 덜 해" 이태원 상인들 "밤에도 인파 없어"

2024-10-29     김정수 기자
핼러윈 데이를 이틀 앞둔 29일 여성경제신문이 서울시 마포구 홍대입구역, 용산구 이태원역을 찾아 안전사고 대비 태세와 현장 시민들 상황을 취재했다. 사진은 29일 오후 3시경 이태원 거리 모습 /김정수 기자

홍대와 이태원. 일명 서울의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는 두 곳은 특히 핼러윈 데이마다 인파가 몰리기로 유명하다. 2년 전 좁은 골목에 몰려든 인파로 압사 사고가 일어났던 ‘이태원 참사’ 이후 대비는 잘 되고 있을까.

핼러윈 데이를 이틀 앞둔 29일 여성경제신문이 서울시 마포구 홍대입구역, 용산구 이태원역을 찾아 안전사고 대비 태세와 현장 시민들 상황을 취재했다.

28일 저녁 8시, 서울시 마포구 홍대 일대의 문화예술 특화 거리 레드로드는 정 가운데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시민 통행을 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펜스다. /김정수 기자

28일 저녁 8시, 서울시 마포구 홍대 일대의 문화예술 특화 거리 레드로드는 정 가운데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시민 통행을 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펜스다. 이날 레드로드에서 여성경제신문과 만난 대학생 유가희 씨(여·25)는 “지난 토요일에도 홍대에 왔었는데 평소 주말 같은 분위기였다. 핼러윈 때문에 인파가 몰린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등 기념일 때 오는 홍대와 같았다. (사람이 많아) 꽉 껴서 걸어가지만 홍대는 늘 그랬던 탓에 불안하진 않다”라고 했다.

28일 밤 8시경 홍대 레드로드에 안전관리 합동상황실이 설치돼 있다. /김정수 기자

마포구 상인회 관계자는 “홍대의 경우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안전 캠페인을 통해 인파 몰림에 대비하고 있다. 지자체와 소방서, 마포경찰서뿐만 아니라 지역 상인들도 함께 캠페인을 하고 있다. 상인들은 문제없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28일 밤 8시경 홍대의 좁은 골목 모습 /김정수 기자

경찰과 지자체는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특별 점검 기간에 돌입했다. 서울경찰청은 25∼31일 핼러윈 기간 중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안전관리 지원 활동을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경찰관 3012명(자서 1234명, 기동대 740명, 기동순찰대 306명 등)을 홍대, 이태원, 강남역 등에 배치해 지방자치단체 직원들과 합동으로 근무한다.

28일 밤 8시경 홍대 레드로드에 경찰차와 구급차가 출동했다. /김정수 기자

서울시도 25일부터 11월 3일까지 '핼러윈 중점 안전관리 기간'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자치구·경찰·소방 등 유관기관이 협력해 사전 점검부터 현장 순찰 및 모니터링, 인파 분산 등을 진행한다. 인파 밀집 예상 지역은 이태원 관광특구, 홍대 관광특구, 성수동 카페거리, 건대 맛의 거리, 강남역, 압구정 로데오거리, 명동거리, 익선동, 왕십리역, 신촌 연세로, 발산역, 문래동 맛집거리, 신림역, 샤로수길, 논현역 등 15곳이다.

29일 오후 3시경 기자가 방문한 이태원 거리는 아직 인파가 몰려들지 않은 모습이다. 참사가 일어났던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골목에선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과 취재진이 모였다. /김정수 기자

29일 오후 3시경 기자가 방문한 이태원 거리는 아직 인파가 몰려들지 않은 모습이다. 참사가 일어났던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골목에선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과 취재진이 모였다. 이날 이태원 거리 상인들에게 몰리는 인파로 인한 불안함은 없는지 묻자 “사고 이후 인파가 없다”고 답했다.

이태원 상인들은 핼러윈 기간임에도 사람이 예전만큼 없다는 반응이다. /김정수 기자

상인들은 핼러윈 기간임에도 사람이 예전만큼 없다고 말했다.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오모 씨(남·55)는 “일반인보다 경찰, 구청 직원들이 더 많다. 밤에도 마찬가지다. 과거 핼러윈 데이에 비해 사람이 없다. 분장을 한 사람도 잘 보이지 않는다.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유흥 거리인데 추모 분위기가 더 크다. 장사하는 사람으로서는 다소 답답하다”라고 했다.

40년 이상 이태원에서 장사해 온 주류점 상인 양모 씨(남·56)도 “사는 집도 이 근처인데 금요일 밤에도 12시 되니 조용해진다. 상인들은 장사가 안돼 어려운 상황이다. 유흥을 즐기는 사람들은 홍대로 넘어갔다”며 “상인들은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라고 했다.

29일 압사 사고가 발생했던 이태원 1번 출구 인근 골목에는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손길이 이어졌다. /김정수 기자

전문가는 당장 앞둔 핼러윈 데이를 인력 배치 등으로 대비하되 향후 장기적인 매뉴얼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아직도 많은 인파가 몰렸을 때의 대응 매뉴얼조차 배포되지 않고 있다. 2년이나 지났는데 그대로다”라며 “당장 내일모레가 핼러윈 데이니 우선 사람들이 주로 모이는 홍대, 이태원 등 추측이 가능한 장소들은 경찰·소방 인력을 충분히 배치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