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여성, 스위스서 안락사···선택인가 포기인가
20년 투병 끝에 스스로 선택한 죽음 존엄한 죽음인가, 단순한 포기인가
# 아버지가 사준 스카프를 손에 꼭 쥐고 스위스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아빠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이제 더는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저는 훌륭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마지막 영상입니다. 안녕히 계세요. 모두 즐거운 인생 되세요!" 환한 얼굴로 휴대폰 카메라에 손 키스를 남긴다. 아버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죽음을 맞이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미소를 지었다.
20년간 불치병에 시달리던 중국 40대 여성이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택했다. 이를 두고 중국 네티즌간에 열띤 사회적 논쟁이 일고 있다. 중국 계면 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에서 ‘사바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한 여성이 20년간의 투병 끝에 스위스에서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사바이는 스무 살에 전신홍반루푸스 진단을 받았다. 루푸스는 주로 젊은 여성에게 발병하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으로 면역계 이상으로 인해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이다. 중국 의학계에서는 '불사의 암'이라 불리기도 한다.
영상 속 사바이는 20년간 지속된 통증에도 낙천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장기 투병 끝에 병세가 악화되어 신부전까지 겪게 되자 결국 안락사를 선택했다.
스위스 정부는 안락사 지원기관 정책에 맞는 외국인에 한해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비영리 조직에서 자격을 검토한 후 서면 요청서를 제출하고 의사와의 상담을 거쳐 진행된다 비용은 약 7000~15000프랑(한화 약 1000~2100만원)이다.
스위스는 적극적 안락사가 아닌 조력자살이 허용된다. 조력자살은 의사가 직접 환자의 생명을 종결하지 않고 처방한 약물을 신청자가 스스로 복용하거나 주사하는 방식이다.
사바이의 안락사 결정에 중국 현지 네티즌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살아서 고통일 바엔 죽어서 평안해지는 게 낫다"며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용감한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20년 넘는 투병 속에서도 긍정을 잃지 않은 모습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아무리 아파도 생명은 소중하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안락사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만이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이라며 "영상을 공개함으로써 비슷한 고통을 겪는 이들이 안락사를 생각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영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 문제의 사회적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연명 기술이 발달하며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중요해졌지만 이는 생명과 관련된 예민한 문제라 쉽게 합의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오랜 투병을 겪는 불치병 환자들은 심리적 고통이 커져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며 “안락사와 같은 중대한 결정을 하기 전에는 충분한 상담과 숙고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환자들이 자신의 투병 경험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에 대해 “공감과 지지를 얻으려는 심리적 표현일 수 있지만 직·간접적으로 죽음을 경험한 유가족이나 청소년 등 취약 계층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죽음을 쉽게 생각하게 할 위험이 있어 신중히 다루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