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부러졌는데 여행사에 환불도 못받아, 고령층 여행분쟁 급증

아파서 취소하면 위약금 부과 특별약관에 발목 잡힌 노년층 고지의무 소홀로 불완전 판매

2024-10-24     서은정 인턴기자
고령자가 건강 문제로 여행을 취소하거나 중단해도 환불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챗GPT

60대 남성 A씨는 베트남의 관광지인 냐짱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여행사에 90만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출발 하루 전 발목 골절로 여행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즉시 여행사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은 '환불 불가'였다. 90만원을 날리게 된 A씨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70대 여성 B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베트남 달랏으로 떠난 그녀는 첫날 레일바이크를 타다가 추돌 사고를 당했다. 어지러움과 통증으로 조기 귀국했지만 여행사는 "항공권을 제공했으니 추가 배상은 없다"고 했다.

고령자가 건강 문제로 인해 여행을 취소하거나 중단해도 환불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많은 고령자가 선호하는 패키지여행은 일반약관과 달리 환불이 불가능한 ‘특별약관’이 적용된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2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60세 이상 고령자의 해외여행 관련 피해 구제 신청 건수는 총 370건에 달한다. 2021년 28건, 2022년 42건, 지난해에는 181건이 접수됐다. 신청 이유로는 '출발 전 계약 해제 및 위약금 불만'이 63.8%로 가장 많았는데, 이중 '건강상의 이유로 인한 계약 해제'가 43.6%를 차지했다.

국내 여행사와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해외여행 상품 426개 중 71.8%가 특별약관을 적용하고 있었다. 이 약관은 고령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여행을 취소하면 위약금을 부과할 수 있다. 반면 표준약관은 건강 문제가 생기면 위약금 없이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특별약관은 표준약관보다 우선 적용된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약관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서명하는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여행사와 홈쇼핑에 특별약관을 명확하게 고지할 것을 권고했다.

또 소비자들에게도 계약 전 여행상품 정보를 꼼꼼히 확인할 것을 당부했지만 여행사가 고지(告知)를 소홀히 하면 불완전 판매가 끊이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특별약관을 명확히 고지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불완전판매"라며 "특별약관 적용 시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령자들은 건강 문제로 인해 여행을 취소할 가능성이 크므로 특별약관 내용을 반드시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