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을 '디딤돌'로 바꿨으나···吳도 인정한 논란 불씨 '기본소득'
근로소득, 탈수급자 모두 증가하나 통계적 사실 대안으로 보는 건 위험 기존 복지 체제 보완적 기능은 검증
오세훈 서울시장의 소득보장 정책인 디딤돌소득이 긍정적 성과를 내고 있으나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근로소득 증가 효과가 드러나면서 '안심'을 '디딤돌'로 명칭을 바꾸기도 했지만 통계적 사실을 경제 원리로 일반화해선 안된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디딤돌소득 실험 2년 차 근로소득 가구(31.1%)와 탈수급 비율(8.6%)이 모두 증가했다. 하후상박형으로 형편이 어려울수록 더 지원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근로 의욕을 꺾지 않으면서도 소득증가와 자립효과가 동시에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디딤돌소득은 중위소득으로 평균선을 자르고 차등지급 방식으로 진행돼 400만원, 600만원, 1200만원 같은 일률적 기준이 필요한 밀턴 프리드먼의 음의소득세(Negative Income Tax)와는 다르다. 1960년대 기존의 복지 체계를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된 음의소득세가 운영상의 비효율성과 비용 문제로 실패한 것과는 달리 적은 예산으로 효율성을 강화하고 보완하는 시스템이다.
기초수급제도 등 기존 복지 제도 대분을 껴안으면서 '통계적 사실'에 바탕해 지원이 이뤄져 전국 단위에서 실시하더라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15% 안팎인 복지 예산의 자연증가분 범위 내에서 재원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 박기성 안심소득학회장의 설명이다. 노동공급 증가로 국내총생산이 상승하고, 저소득가구의 처분가능소득 증대로 소득격차도 완화될 수 있다는 점도 통계적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를 바탕으로 지원(급여) 수준 강화를 검토할 수는 있지만 경제 원리로 일반화 해선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일반적 경제이론에서는 소득보조금이 제공되면 사람들은 최소한의 생계가 보장되므로 더 적게 일하려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서울이란 특정 지역에 한정됐다는 점과 코로나19 기저 효과를 고려하지 못한 것도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미제스에 따르면 통계는 가격을 비롯한 인간 행동의 여러 관련 정보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수치로 표기하는 방법일 뿐이다. 프리드먼의 이론이 실험에서 실패했듯 통계적 가정만으론 경제 원리를 도출할 수 없다.
오 시장은 지난 7일 안심소득 포럼에서 "단순 무식한 주장을 하는 사람이 제1야당 대표로 활동하는 마당에 이런 토론을 하는 게 국민 동의를 얻는 데 도움이 될까 답답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국민 기본소득 정책에 비판의 연장선에서 디딤돌소득이 인식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디딤돌소득이 현실화하면 복지 예산 총액을 줄이고 공적 보험의 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예를 들면 모든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건보료를 부과시키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고액 재산이 있는 자가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강보험료를 면제받고 직장인 중에서는 적지 않은 임대소득이나 금융소득이 있어도 보험료를 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디딤돌소득도 '소득'이란 개념을 정착하면 무임승차 문제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근로 의욕을 되살리는 것뿐 아니라 디딤돌소득 개념이 교육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뤼카 샹셀 세계 불평등연구소 소장은 포럼 기조연설에서 "불평등 해소가 교육에 대한 투자로 이어져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아이들이 성장해 성인으로서 잘 역할을 하려면 투자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