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 서울보증, 불경기 이기고 증시 상장 성공하나
작년 고배···공모가 낮추고 1월 상장 겨냥 대위변제 금액 늘어나 손해율 높아졌지만 건전성 '양호'에 최대주주 예보공사 '든든'
SGI서울보증보험이 1년여 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에 재도전한다. 상반기 실적이 감소하고 손해율이 늘어나는 등 부진을 겪었으나 자본 건전성이 양호한 만큼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전날 한국거래소는 서울보증의 주권 신규상장 예비심사 결과 상장요건을 충족해 코스피 상장에 적격하다고 분석했다. 서울보증의 예상 기업가치는 3조원대로 내년 1월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보증이 상장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8월 상장을 추진하던 서울보증은 예심을 통과했으나 10월 미국 국채 금리 10년물의 금리가 급등하고 중동 전쟁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 등을 이유로 기업공개 계획을 철회했다.
일각에서는 서울보증이 공모가를 너무 높게 책정했기 때문에 상장에 실패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 서울보증이 제시한 공모가 희망 범위는 3만9500원~5만1800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시가총액은 최소 2조7580억원에서 최대 3조6168억원에달한다. 서울보증 수요예측 결과 희망 공모가 하단에서도 모집 금액 모으기에 실패했다.
이에 서울보증은 이번 도전에서 공모가를 다소 낮춰 수요예측 흥행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문제가 됐던 최대주주 예금보험공사의 매각 제한 기간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보증의 상반기 실적은 지난해 대비 감소했다. 경기 침체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물품 등 대금을 내지 못하자 서울보증이 대신 갚아주는 금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서울보증이 국회 정무위원회 강준현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8월 기준 매출채권 신용보험 대위변제 금액은 121억6800만원으로 지난해 전체 금액(110억6500만원)보다 10%가량 증가했다.
손해율 역시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8월 기준 매출채권 신용보험 손해율은 28.4%로 지난해 말(14.9%)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해당 손해율은 최근 8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서울보증이 대신 변제하는 금액은 늘어난 데 반해 구매업체로부터 회수한 금액은 적다는 뜻이 된다.
반면 서울보증은 자본 건전성 면에서 매우 양호한 성적을 내고 있다. 서울보증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44.5%로 지난해 대비 39%포인트 올랐다. 지급여력비율이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 지표 중 가장 널리 쓰인다. 2분기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 중 해당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344.1%에 불과하다.
올해 연말까지 예정된 큰 규모의 IPO가 없다는 점도 서울보증에 호재다. 올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했던 케이뱅크는 IPO 일정을 연기했다. 익명의 증권사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하반기에 '큰 딜'이라고 할 게 딱히 없기 때문에 내년 1월에 서울보증이 상장에 성공한다면 큰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서 "예보공사가 최대주주로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