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vs 배민 싸움에 '어부지리 1승' 거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네탓 공방 속 자율규제 물 건너가고 공정거래법 강화로 규제 대상 확대 배민=지배적 플랫폼···쿠팡의 바램?

2024-10-23     이상헌 기자
쿠팡과 배민 간의 네 탓 공방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히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제재를 설명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달플랫폼 수수료 갈등이 자율규제 폐지 및 입법 규제 확대 수순으로 치닫고 있다. 쿠팡과 배달의민족 간의 대관(對官) 업무 능력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 올해 국정감사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공정거래위원회라는 얘기가 나온다.

22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배민 측은 수수료율 인상과 무료 배달, 최혜대우 요구 지적에 쿠팡이츠의 공격적 전략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특정 플랫폼이 입점업체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다른 경쟁 플랫폼보다 낮추지 않도록 강제하는 최혜대우 요구를 "쿠팡이츠가 먼저 적용하면서 방어 차원의 대응책이었을 뿐"이라는 항변이었다. 

이뿐 아니라 두 회사는 '이중가격제' 확산 원인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쿠팡이츠가 점유율 60%가량을 차지하는 업계 1위인 배민 때문에 이중가격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쿠팡의 주장이다.

쿠팡과 배민이 이런 네 탓 공방을 벌이는 동안 자율규제가 안 된다면 법으로라도 규제하자는 입장인 공정위가 힘을 받게 됐다. 전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함윤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은 "차등 수수료율 적용 대상을 확대할 의사가 있느냐"는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시장구조가 더 공정하게 변경될 수 있다면 충분히 고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입법을 통한 규제에 찬성하는 워딩이었다.

최근 공정위는 지난 2년간 추진해 온 사전규제 방식인 '온라인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을 기존의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방향을 바꿔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의 '반칙 행위'를 사후 규제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여당에서 관련 법을 발의한 강민국 의원과의 협의로 '지배적 플랫폼'의 기준을 매출 4조원에서 3조원으로 낮추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자율규제로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가 입법 수순을 밟는 동시에 배민까지 지배적 플랫폼으로 포함돼 규제 대상이 된 것이다. 이뿐 아니라 한기정 위원장이 각 사 입점 업체들이 요구해 온 수수료율 5% 상한제를 제도화할 것인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배민으로 여론의 화살이 집중되면서 쿠팡은 국정감사를 조용하게 넘어가는 데 성공했다. 강한승 대표의 '복마전'과 같은 대관 전략이 이번에도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제13·14대 2선 국회의원을 지낸 고(故) 강신옥 의원을 부친으로 둔 강 대표는 성장 과정에서부터 국회와 친숙한 데다 1997년 판사로 임관한 뒤에도 2006년부터 국회에 파견돼 입법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지난해 정무위 종합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강 대표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함께 출석 요구서를 송달받은 상황에서도 여야 간사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김종민 민주당 의원의 합의로 막판에 빠지는 데 성공한 경험이 있다.

증인 출석 요구 의원이 증인을 철회할 수 있는 권한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위력을 발휘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과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청으로 지난 9월 26일 증인으로 채택된 강 대표는 10월 7일 국정감사에 불참했고 변경 신청을 통해 이튿날 김명규 쿠팡이츠 서비스 대표가 출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