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더봄] 우리 주변 정년이를 찾아볼까요?
[김현주의 텐션업 갱년기] 드라마 속 정년이처럼 꿈·열정 가진 청년 많아
드라마 <정년이>(tvN)가 화제다. 이제 4화가 방영됐는데, 방송 이후 월요일이 되면 “정년이 봤어?”라는 말을 자연스레 나눌 정도다. 1950년대 인기를 끌었던 여성국극을 다룬 이야기에 김태리, 문소리, 라미란, 정은채 등의 캐스팅이라니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배우들의 호연, 국극 무대에서 보이는 구성진 판소리와 춤사위가 눈길을 잡아 계속 시청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드라마에 몰입하게 된 계기는 1화에 등장한 정년이의 결기 어린 눈동자 때문이었다.
타고난 소리꾼 정년이는 국극 배우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고 연습에 돌입하지만 이를 눈치챈 어머니는 다시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게 정년이를 광에 가둔다. “니 빨리 국극 안하겄다고 엄니한테 말을 혀. 그래야 니가 살아 정년아!” 언니 정자는 동생을 걱정하며 문밖에서 말을 거는데, 그때 언니를 바라보는 정년이의 눈빛이란!
“그럴 수가 없어 언니! 여기서 주저앉아 불면 난 평생 한으로 남아서 살 것이여 그러긴 싫어야” 반짝이는 동생의 눈을 문틈으로 본 언니는 결국 동생이 오디션을 보러 갈 수 있게 문을 부순다. 자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큰 야단을 맞을 거라는 정년이의 걱정에, “암시롱도 않당께야. 그런 꿈이 있다는 것도 다 니 복이다. 니 마음이 정 그러면 가서 끝까지 한번 부딪혀봐”라고 하면서 말이다.
정말 딱 그 심정대로, 내가 언니였어도 확실한 꿈을 가진 동생을 위해 뭐라도 했을 것 같다. 목포를 떠나는 정년이는 “언니 나 꼭 성공해 갖고 돌아올께”라고 말하지만, 언니는 꼭 동생의 성공을 마음에 둔 건 아닐 게다. 그토록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니, 도전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었을 거다.
꿈을 향해서 진심을 다해 달려가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어느새 자기편으로 만드는 힘을 가진다. 마침 지난 토요일 재단 사업 일환으로 열린 행사에서 그런 청년들을 마주하는 기회를 가졌다. ‘세계로의, 세계를 위한 도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진행한 ‘2024 KF청년공공외교데이’로 청년이 기획하고 실행해 보는 국민 외교들을 선보이는 자리였는데, 발표하는 청년들은 자신이 할 수 있고 해보고 싶었던 국제교류의 아이디어를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청취자들과 의견을 나누었다.
국민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국민공공외교 프로젝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바오밥(Baobob)팀의 클라이마다(Climada) 프로젝트는 국제협력 및 교육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이 기획한 사업으로 한국의 기후 교육을 참고하여 마다가스카르 지역의 특성과 환경문제가 반영된 기후변화 교육과정과 교보재를 개발하고 이를 현지에서 실행하고 전달하는 활동이었다.
아프리카 내에서도 해수면 상승과 자연재해로 기후 취약성이 높은 마다가스카르는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발표한 인간개발지수 177위(2022년)의 국가로 국민소득, 교육 수준, 문맹률 등이 낮은 곳이다. 그러기에 이곳에서 초등교육의 일환으로 기후변화교육을 실행하는 건 의미 있는 활동임이 틀림없다.
마다가스카르 NGO들과의 충분한 면담을 통해 그곳의 환경을 다룬 기후변화 교육 교과서 및 보드게임을 제작한 후 현지 초등학교에 방문해 만들었던 교보재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교사들과 관련 워크숍을 진행하겠다는 게 이들의 기획이었고, 재단은 이 프로젝트를 올해의 국민 공공외교 사업 중 하나로 선정해 지원했다.
프로젝트의 파급효과를 높이기 위해 팀원들은 마다가스카르의 기후 관련 NGO들과 지속적인 연락을 취하며 파트너십을 구축했고 현지에 도착해서는 청년 기후 NGO 전국 대표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지역 주지사 및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기후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활동까지 진행했다.
귀국 후에는 그간의 프로젝트의 과정과 마다가스카르의 생물다양성에 관한 내용을 알리는 인스타그램 전시회를 개최했고 현재는 교내 도서관 갤러리에서 오프라인 전시 행사를 열고 있다. 자신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 다양한 접점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그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그다음 세션으로 진행된 ‘공공외교 역량강화대학 수강생 발표회’는 공공외교 수업을 듣고 있는 14개 대학 16명의 학생이 발표하는 ‘대학생으로서 공공외교 실천 방안’이었는데, 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특징과 전공별 관심사를 살린 다양한 아이디어와 제안이 쏟아졌다.
국제교류를 위해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음식을 만들겠다거나, 대학 교내외 활동 참여를 통해 자연스러운 소통 방법을 찾았고, 유학생 및 교환학생들과 함께하는 공공외교 방안을 모색하는 등 그 세대만이 가질 수 있는 유연한 접근이 눈에 띄었다.
발표를 들은 후 이들에게서 발견한 공통점이 있었다. 해 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몰두해 계획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해 보고자 하는 마음! 익숙한 성과를 얻는 결과보다는 자신만의 기획을 만들어내려 하는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매혹적인 드라마였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년이들이 있는 건 아닐지, 그럼에도 그들의 마음과 눈빛을 못 알아봐 주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