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청년 54만명···사회로 이끄는 맞춤형 해결책

청년 정신건강, AI로 관리한다 서울시, 마음건강 앱 시범 도입

2024-10-22     김성하 인턴기자
취업난과 사회적 압박으로 고립·은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텍스트 대화에 익숙한 청년층을 위한 맞춤형 AI 및 디지털 상담 서비스를 정부가 도입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집밖에 나가기 싫다. 취업 준비로 날린 세월 3년. 날 믿어 준 가족들을 등에 업고 열정을 다해 살았지만 돌아온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 누굴 위해서도 살고 싶지 않다. 오늘도 문고리를 걸어 잠그고 핸드폰 화면 속 세상으로 들어간다. 

취업난과 사회적 압박으로 고립·은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텍스트 대화에 익숙한 청년층을 위한 맞춤형 AI 및 디지털 상담 서비스를 정부가 도입하고 있다.

2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022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 및 통계청 사회 조사 결과 고립·은둔 청년이 최대 54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청년재단 연구에 따르면 청년 고립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매년 약 6.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 고립된 청년 중 66.3%가 미래에 희망을 느끼지 못한다고 응답했으며 63.7%는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원인으로는 취업난(24.1%)과 대인관계의 어려움(23.5%)이 꼽혔다.

청년들이 대면 상담을 받기 어려워하는 현실을 반영해 정부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상담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청년들이 더 익숙해하는 텍스트 대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상담 창구를 마련했다. 지난 5월 출시된 '마들랜' 애플리케이션은 문자(109),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24시간 자살 예방 SNS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마들랜'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9월 10일)에 맞춰 정식 오픈했음에도 구글 기준 다운로드 수가 100회 이상으로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일부에서는 정신건강보다는 자살 예방에만 초점을 맞춘 기능이 청년들에게 충분히 어필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31일 서울시는 청년들이 우울증과 불안 증상을 스스로 진단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통해 정신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마음 건강 앱' 서비스를 9월부터 시범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마음 건강 앱'은 3가지 도구를 통해 우울 상태를 진단하고 경미한 우울부터 고도 우울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정신건강 전문의의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제공해 정신 상태를 평가하고 회복을 돕는다. 병원 방문 없이도 스스로 정신건강을 관리할 수 있어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시는 내다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3월 '청년 행복 프로젝트'를 통해 고립된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며 청년 마음 건강 관리 사업의 지원 범위를 3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 상담의 필요성을 인식해 AI 기반 심리 돌봄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AI 기반 서비스의 신뢰성과 유효성을 검사하기 위해 4년간 연구와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며 우울증이나 자살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 편견이나 사생활 노출로 치료를 꺼리는 환자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심리상담 인력의 업무 효율성도 높일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AI나 디지털 기반 상담 시스템이 실제로 효과를 거두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백명제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청년 정신건강을 위해 힘쓰는 것은 좋은 취지지만 청년들의 실제 활용은 제한적"이라며 "특히 심각한 우울증이나 자살 위험이 있는 경우는 비대면 상담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병원 치료가 필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AI나 디지털 기반 상담 시스템은 의사를 대체하기보다는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크며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이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은 여전히 먼 미래의 일"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