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기다려도 돌보미 없어"···장애아 가족 지원 지역 차 여전

장애아돌보미 처우 개선 시급 안전망 구축·급여 확대 필요

2024-10-21     김정수 기자
장애 아동 가족에게 돌봄 부담을 덜어주는 ‘장애아돌보미’ 제도가 지역별 공급 차이로 인해 일부 가정은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제공 인력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챗GPT

장애 아동 가족에게 돌봄 부담을 덜어주는 ‘장애아돌보미’ 제도가 지역별 공급 차이로 인해 일부 가정은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제공 인력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2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장애 아동 가족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정으로 파견하는 ‘장애아돌보미’ 제도가 시행 중이다. 다만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가정도 있어 논란이다.

최근 강선우 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2023년 장애아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18살 미만 장애아동 505명의 주 돌봄자는 부모(63.3%)가 가장 많았다. 주 양육자 가운데 58.4%는 장애 아동을 돌보느라 근무시간을 줄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뒤이어 (장애 아동을 돌보느라) 직장을 그만둔 경험(57.4%), 처우가 좋지 않은 직장으로 이직한 경험(35.2%), 재택근무로 전환한 경험(34.1%), 승진이나 성과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은 경험(23.0%) 등에 대한 응답이 잇달았다.

복지부에서는 장애아동복지지원법에 따라 장애 아동을 돌보는 가족의 돌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장애아가족 양육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장애 아동을 돌봐줄 수 있는 돌봄 인력(장애아돌보미)을 가정에 파견해 부모가 잠시나마 돌봄에서 벗어나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돕는다. 만 18세 미만의 장애인복지법상 등록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아동과 생계·주거를 같이하는 가정을 대상으로 한다.

다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서비스 접근성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장애인개발원 2024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장애 아동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제주(1.6%)이며 충북·전북·경북(1.4%)이 뒤를 이었다. 비수도권 지역의 장애 아동 비율이 높지만 돌봄 인력 부족 등으로 지역에 따라 양육지원 사업 이용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 A 지역의 장애아가족 양육지원사업 시행기관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장애아돌보미 매칭을 오래 대기하는 가정이 한두 가정 있다. 주로 읍면에 거주하는 경우다. 거주 지역과 서비스를 희망하는 시간대가 (매칭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예를 들어 맞벌이 부부나 부모가 야간 근로를 하는 가정이라면 늦은 저녁, 야간에 활동할 수 있는 돌보미들이 많지 않다 보니 서비스 지원이 어려운 것”이라며 “장애아가족 양육지원사업과 유사한 활동지원 사업의 경우 장애 정도에 따라 제공 시간이 다르게 부여되는데 그에 비해 양육지원사업 시간은 현저히 적다. 시행기관뿐만 아니라 상위 기관에서도 시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년도엔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라고 말했다.

비수도권 B 지역의 시행기관 관계자 C씨는 “현재 B 지역은 돌보미 선생님들이 자차로 아동의 이동을 지원해 주고 있다. 서울의 경우 해피콜이 잘 되어있지만 비수도권은 아니다. 장애 아동 가정에 차가 없는 경우가 많아 돌보미 선생님이 치료센터 등 이동을 자차로 지원한다. 문제는 교통비 지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읍면동 이동 시 교통비 지원이 되지만 20km 이하인 치료센터 이동은 지원이 안 된다”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 D씨는 “B 지역은 11개 시군 모두 시행하고 있는데 농촌·산간 지역이 매칭에 어려움을 겪는다. 대기자가 40가정 정도 된다. 대부분 산간 지역이고 1년 넘도록 매칭되지 않는 케이스도 있다. 주로 고령자가 거주하다 보니 돌봄 인력을 구하는 게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력을 관리하는 부분에서도 어려움을 느낀다. 돌보미분들의 안전, 보호장치가 미흡하다.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야 서비스 질도 올라간다. 제공 인력의 처우 개선이 우선이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등 타 돌봄 인력 중에서도 처우가 약한 편이다. 이전에도 직원들이 일괄 사표를 낸 적이 있다. 업무량은 늘어나는데 처우가 열악하니 그만두신 것”이라며 “일정 예산 범위 내에서 인건비를 나눠서 지급하는 정도다 보니 오랫동안 근무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처우가 개선돼야 인력난도 해결될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비수도권 E 지역 시행기관 관계자는 “돌보미 선생님들이 처우 개선에 대해 꾸준히 요청하고 있고 수행기관으로서도 중앙 기관에 요청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아이돌봄서비스와 동일한 조건으로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비수도권 지역일수록 이동 거리가 있고 수행기관이 촘촘히 있을 수 없다 보니 인력 수급에 더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각 지역 특성을 반영해 인건비를 보존해 주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라며 “사회 전반적으로 돌봄 일자리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사회적 비용 조달에 대한 심층적 논의와 더 효과적인 돌봄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돌봄 일자리 질이 확보되지 않으면 돌봄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