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00억 넘는 기업 추징액 3조···"AI 활용해 샘플링 개선해야"
박 의원 "행정편의주의에 빠져" 매출 증가 법인 늘어 인력 부족 전문가 "기법을 더 과학화해야"
매출 1000억원 초과 기업 세무조사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반면 개인사업자 세무조사는 줄어들었다. 이에 국세청이 큰 규모의 기업만 조사하는 행정 편의주의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만 전수조사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샘플링 기법의 과학적 개선으로 위험도가 높은 법인들을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00억원 초과 매출을 기록한 법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무조사 건수는 총 907건으로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매출 1000억 초과 기업의 세무조사 건수는 2019년 819건에서 시작해 △2020년 702건 △2021년 761건 △2022년 731건으로 다소 감소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다시 증가세를 보여 907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추징액은 2조9232억원으로 전체의 72%를 차지해 2019년 67.9%에 비해 늘었다.
반면 개인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는 줄었다. 2019년 4662건에서 △2020년 3995건 △2021년 4077건 △2022년 3860건 △2023년 3842건으로 감소했다. 추징액 역시 2019년 1조6232억원에서 지난해 4483억원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에 국세청은 "매출 증가에 따른 세무조사 대상 법인도 많이 늘었다"며 "조사 인력이 감소해 조사 대상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영세 자영업자와 개인사업자의 세무조사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규모가 큰 기업을 쥐어짜는 식의 '행정 편의주의'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반면 조사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인력 충원은 '국민 혈세 낭비'라는 의견도 있다. AI 등을 활용한 샘플링 기법의 기술적 보완을 통해 위험도가 높은 법인의 조사 대상 수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윤성 한국외국어대 경영대학(세무회계)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기업 규모가 크든 작든 모든 기업을 세무조사 하는 것이 이상적이나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며 "예를 들면 선생님이 모든 숙제를 검사할 수 없으니 랜덤으로 검사한다. 숙제를 잘 안 했던 학생에 집중한다. 세무조사에서도 리스크가 큰 기업을 우선 조사하는 샘플링 방식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매출 규모가 큰 기업의 세무조사 급증에 대해선 "과세 당국 입장에선 잘못된 점을 밝혀내는 것과 세수 확보의 목적이 있을 수밖에 없다. 큰 규모의 기업은 문제 발생 확률과 금액이 더 크기 때문에 샘플링 조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며 "행정 편의주의라고 보는 것은 과한 표현"이라고도 덧붙였다.
고 교수는 해결책에 대한 질문에 "샘플링 기법을 더 과학화해야 한다. 전산화하는 과정에서 AI 등 기술적인 요소와 결합하면 조사 대상 수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무작정 국민 혈세로 세무 공무원을 늘리는 대신 기술적 도구를 활용해 조사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