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격차 세계 1위 이유는 '이것'···이중고에 몸살 앓는 여성 임금
노동시장 구조·경력 단절 영향 끼쳐 "여성 출산 이후 회사 승진 불이익"
한국 사회의 고용 구조와 이에 따른 성비 문제가 성별 간 임금 격차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의 임금 차이가 큰 상황에서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저임금 산업이나 기업, 일자리에 몰린다는 것이다. 여기에 30대 이후부터는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 문제까지 겹쳐 임금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었다.
1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여성의 사회 진출은 활발해지고 있으나 성별 간 임금 격차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었다. 올해 여성 임금근로자는 1015만2000명(1~8월 월평균 기준)으로 196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000만명을 웃돌았다. 올해 전체 임금근로자(2202만7000명)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46.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1.2% 수준으로 관련 수치가 있는 36개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다. 남녀 임금 격차는 OECD 회원국 평균(11.4%)의 2.7배였다.
전문가들은 임금 성별 격차가 심해진 데에는 한국 노동 시장의 특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경향신문이 2022년 기준 전체 350개 공공기관 중 314개 기관의 지난 4년간(2019~2022) 성별 채용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남성 5만2658명, 여성 4만5844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6814명 더 뽑힌 것으로 나타났다. 면접자 수에서부터 남성이 여성보다 1만8000여명 더 많기도 했다. 이중 면접 응시자와 최종 합격자의 성비 데이터까지 있는 공공기관은 278개였다.
신경아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한국은 노동시장에서 성별 격차가 두 가지 측면에서 다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평적으로 봤을 때는 남성이 주로 종사하는 산업과 직업의 임금 수준이 여성에 비해 높은 것을 들 수 있다"며 "수직적으로 봤을 때도 같은 산업이나 직업 내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낮은 지위에 있어 임금을 적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물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도 심하고 여성들은 주로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비율이 남성보다 높다"고 말했다. 그는 "수평적, 수직적 요소는 어느 나라에나 있는 것이지만 기업 규모별, 고용 형태별 차이에 따른 차이가 겹쳐 한국은 성별 간 임금 격차가 더욱 심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임금 격차의 원인에는 '경력 단절'도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그는 "20대 남녀의 임금 격차는 크지 않지만 30대 중반부터는 경력 단절의 여파로 고용 및 임금 차별이 심해진다"고 했다. 이 외에도 '모성 페널티'를 언급하며 "출산 이후 여성이 승진 등 회사 내에서 불이익을 얻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임금 격차는 연령대가 증가할수록 벌어진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GWFF통계인사이트 2024년 7월호를 통해 경기도 성별 임금 격차가 20대에 8% 미만으로 발생하다 30대 이후로 급격히 증가해 50~54세에 이르면 44.3%까지 확대된다고 밝혔다.
재단은 30대 미혼 남녀의 임금 격차는 10% 초반이나 50~54세 유배우자 남녀 임금 격차는 47.4%까지 확대된다면서 "결혼이라는 생애 사건이 남성에겐 프리미엄, 여성에겐 페널티 효과를 가져온다는 기존 문헌의 연구 결과와 맥을 같이 하는 조사 결과"라고 말했다.
결혼 후 불안은 실제 여성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결혼한 30대 여성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결혼했지만 아이를 낳는 것은 망설여진다. 아직 직장 내에서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상황에서 출산은 부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