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섭 더봄] 건강과 행복을 만드는 나만의 루틴
[박종섭의 은퇴와 마주서기] 헬스와 당구로 찾는 건강과 행복 한 끼 외식으로 주부 일상 해방 재미있는 일을 매일의 루틴으로
나이가 들면서 귀찮은 것도 많다. 일찍 일어나는 것도, 뭔가 몸으로 움직이는 것도 귀찮을 때가 있다. 퇴직 후 갑자기 시간이 많아진 일상에 조금은 지루함이 생겼다. 그래서 몇 가지 나만의 일상을 만들었다.
그 첫 번째가 헬스다. 헬스하기 전에 운동은 주로 집 근처에 있는 송파 둘레길이었다. 잘 가꾸어진 둘레길은 계절마다 피는 꽃이 다르고 향수를 뿌려 놓은 듯 코에 스며드는 라일락 향기가 좋았다. 숲도 있고 언덕도 있어 지루하지 않았고 산새 소리도 발걸음을 즐겁게 했다. 이른 봄 어린싹과 푸릇푸릇 돋아나는 나뭇잎 그리고 점점 우거지는 숲은 마음도 푸르게 만들었다. 이렇게 걸을 수 있어 행복했다.
그러나 뜨거운 여름날이나 눈보라 치는 겨울이 문제였다. 여름 폭염은 무더웠고 늦도록 물러날 줄 몰랐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고 더워진 습도에 숨이 턱턱 막혔다. 아무리 아프리카 사람들보다는 얼마나 다행이냐고 마인드컨트롤 해 보지만 그때뿐이었다.
눈보라 몰아치는 겨울날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뚝 떨어진 기온은 체온을 금방이라도 얼려버릴 듯 엄습해 왔다. 버티다 버티다 결국 헬스에 연간 회원으로 등록했다. 둘레길은 날씨가 좋은 날 걷기로 하고 헬스클럽에서 골고루 운동하기로 했다. 둘레길보다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둘레길에서 하지 못하는 운동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적당한 속도로 러닝을 하면서 보고 싶은 TV프로를 선택해 볼 수도 있고 각종 기구를 통한 피트니스를 할 수 있어서였다.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는 기구가 있었고 상체와 하체의 근육운동을 하는 기구가 있었다.
가정에서는 하나 갖추기도 힘든 크고 값비싼 운동기구들이 갖춰져 부위별 운동을 하기에 최적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있어야 건강할 수 있다고 한다. 걷기만 해도 좋은 운동이지만 근육운동은 별도로 해야 한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 헬스장은 가장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또 하나 루틴을 만든 것이 당구다. 은퇴한 대학 친구 셋이 가끔 만나 저녁을 먹기로 했다. 평소에는 골프도 한 번씩 하고 스크린골프를 하기도 했다. 어느 날 두 친구가 당구를 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구 배울 것을 적극 권유했다. 만나면 둘은 당구 이야기에 신나 있었지만 나는 그 이야기가 외계인들 대화 같았다. 평생을 함께할 친구들인데 앞으로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당구는 꼭 필요한 요소가 되었다.
그때까지 당구는 내 머릿속에 있지 않았다. 당구장 하면 뽀얀 담배 연기와 구석에 먹다 남은 짜장면 그릇이 당구장 인상의 전부였다. 친구들은 이제 그런 환경이 아니라 했다. 흡연실도 따로 있고 옛날처럼 음식도 시켜 먹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집 근처 당구장을 찾아보니 옛날 지저분한 당구장이 아니었다.
당구장에 등록했다. 회원제로 등록하니 편한 시간에 언제든 가서 연습할 수 있었다. 덕분에 동네 사람들과 게임도 하고 친해졌다. 당구는 재미가 있어 게임을 할 땐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골프나 테니스처럼 무리한 운동이 아니어서 다칠 염려도 거의 없다. 또한 머리를 써야 하기에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운동이다. 감으로 칠 수도 있지만 한계가 있다. 수치를 외워 정확히 쳐야 잘 맞는다. 어떠한 두께로 팁은 몇 팁을 주며 어느 정도의 힘으로 큐를 밀어줘야 할지 머리를 써야 한다.
내가 먼저 배워보니 생각보다 좋은 운동이라 아내에게 적극 권했다. 나이 들어 부부간에 할 수 있는 운동도 당구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가끔 공이 잘 맞지 않을 때는 불평도 하지만 잘 다니고 있다. 같이 게임을 할 때도 있지만 다른 회원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니 즐거워한다.
아내와 나는 헬스장 연회원으로 등록하여 대부분 같은 시간에 이용하고 있다. 운동은 각자 취향에 맞는 운동을 한다. 약 2시간가량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고 나오면 몸도 마음도 날아갈 듯 가벼워진다. 그리고 저녁 한 끼는 근처 맛집을 찾아 해결한다. 밥을 주로 먹지만 김밥, 샌드위치로 가볍게 먹기도 한다.
주부들은 대부분 하루 한 끼라도 주부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한 끼 밥을 하지 않고 맛있는 저녁을 골라 먹을 수 있어 행복해한다. 그런 다음 당구장으로 옮겨 당구를 친다. 헬스도 당구도 우리 부부에게 일상이 되었고 루틴이 되었다. 건강도 챙기고 즐거움도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