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백일장] 돌봄의 길 위에서 어르신들과 함께한 시간

제2회 해미백일장 유선목님 출품작

2024-10-17     최영은 기자
어르신들을 뵐 때마다 나의 미래를 생각하게 되고 좀 더 건강을 돌보며 나의 손길과 눈길에 따스함과 진심을 담아 어르신들께 전달하고자 다짐해 본다. /유선목

재가방문 요양 보호사로 일을 한지가 벌써 1년 6개월이 지났다. 1년 6개월 동안 근로 계약서를 열다섯 번 썼다. 열다섯 군데의 재가방문 노인센터에서 면접을 보고 열다섯 군데의 새로운 집, 열다섯 분의 새로운 어르신을 만났다는 뜻이다.

요양 보호사를 공부하게 된 계기는 친정엄마께서 18년 전에 췌장암 말기로 5개월밖에 안 남았다는 판정을 병원으로부터 통고 받았을 때부터였다. 친정엄마께서는 고명딸인 우리 집에 오셔서 마지막을 함께하셨다. 하지만 나와 가족들은 아픈 친정엄마를 편안하게 모시는 방법을 알지 못했기에 맘과는 달리 불편하게 지내시다 돌아가시게 한 것 같아 마음 한쪽이 죄책감으로 우울했었다.

그러다 오십대 꼭대기에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요양 보호 공부를 하러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지금 나는 육학년 이반이다. 이 집 저 집, 이 어르신 저 어르신, 이 센터 저 센터를 돌고 돌아 최고의 어르신들을 이제는 매일 만나고 있다. 이제 나는 떳떳하게 내가 하는 일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뵈러 집으로 방문하는 재가방문 요양 보호사라고.

나의 하루는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는 파킨슨 3등급 김 어르신 댁에서 식사를 차려드리는 일로 시작한다. 그리고 어르신이 밤새 보조 변기에 보신 대소변을 화장실에 가서 처리한다. 어르신은 80대이시지만 싫은 말, 싫은 표정을 하지 않으신다. 열 다섯번째 비로소 만난 어르신다운 어르신이시다.

두 번째 집은 원룸에 사시는 치매 어르신이시다. 정 어르신은 귀여운 치매시다. 요양 보호사를 인형 뽑기 하는 통에 데리고 가서 빨간 지갑이 예쁘다고 뽑을 수 있냐고 하신다. 하나도 예쁘지 않은 빨간 비닐 지갑을 가리키고 계셨다. 어르신은 갖고 싶은 가방이나 주방 용품 등 갖고 싶은 게 보이면 요양 보호사한테 돈을 꿔달라고 조르신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귀여울 때도 있는 우리의 막무가내 정 어르신! 이제 나는 아침이 밝아오는 것도 기분 좋고 어르신을 뵈러 성큼성큼 걷는 발걸음도 힘차게 내딛는다. 나의 행복은 많은 재산도 아니고 화려한 집도 이젠 더 이상 부럽지 않다. 어르신들을 뵐 때마다 나의 미래를 생각하게 되고 좀 더 건강을 돌보며 나의 손길과 눈길에 따스함과 진심을 담아 어르신들께 전달하고자 다짐해 본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요양 보호사로 건강을 전도하다 3일 아프고 저세상으로 가는 나의 미래를 기원해 본다.


※ 여성경제신문에서는 제3회 해미백일장을 공모하고 있습니다. 요양보호사의 애환과 보람과 감동을 독자와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환자를 돌보며 입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해미백일장에 요양보호사님의 많은 응모 바랍니다. 아래 포스터를 클릭하면 응모 페이지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