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간편 이사' 31일로 연기···일괄참여 사실상 무산

15일 예정→31일로 일정 연기 현금화 없이 사업자 변동 가능 일부 금융사는 참여 어려울 듯

2024-10-11     허아은 기자
퇴직연금 사업자를 간편하게 바꿀 수 있는 실물이전 서비스가 예정보다 보름 연기된 이달 31일부터 시행된다. /연합뉴스

퇴직연금 사업자를 간편하게 바꿀 수 있는 실물이전 서비스가 예정보다 보름 연기된 이달 31일부터 시행된다.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로 이동하는 적립금이 많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부 금융사는 시스템을 완비하는 데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는 10일 퇴직연금 가입자가 기존 운용상품을 매도(해지)하지 않고 퇴직연금 사업자만 바꿔 이전할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오는 31일부터 개시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퇴직연금을 다른 사업자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기존 상품을 팔아 현금화해야 했다. 신설된 서비스는 이런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전체 금융업권계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382조4000억원이었다. 서비스 시행으로 머니무브가 본격화하면 이를 사수하기 위한 금융권의 공방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은행권에서 증권업계로 이동하는 적립액이 클 것으로 추측된다. 증권업계의 퇴직업계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최근 5년 평균 기준 업권별 수익률은 증권사가 2.9%로 1위를 차지했다. 은행 수익률은 2.2%로 생명보험사 수익률(2.3%)보다도 낮았다.

이에 증권업계 기대감도 큰 상황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퇴직연금은 금융업 전체에서 수익률이 높은 상품은 아니지만 증권사가 그나마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며 "실물이전 서비스 시행 전에도 적립액 증가세가 은행보다 빨랐다"고 말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증권사 14곳의 퇴직연금 운용 금액 증가율은 18.82%로 동기간 은행의 증가율인 15.5%를 앞질렀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은 가장 많은 적립액인 198조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를 포함한 금융투자업계가 86조7000억원, 생명보험이 78조4000억원, 손해보험이 14조8000억원으로 뒤이었다.

한편 노동부와 금융당국은 이달 15일부터 실물이전 서비스를 시행하기를 희망했으나 한 차례 연기했다. 금감원은 지난 8월부터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추가 테스트 기간이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을 받아들였다며 연기 이유를 밝혔다.

은행권에서는 부산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 등이 15일 오픈이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삼성생명과 하나증권도 같은 뜻을 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일부 금융사는 내년까지도 시스템을 완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라 금융당국이 기대했던대로 업권 전체의 '일괄참여'는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