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한강'에 쏟아진 찬사···아시아 최초 여성 수상 의미는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 스웨덴 한림원 선정 쾌거 "韓 문화 세계적 영향력"
소설가 한강(54)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 18번째 여성이자 아시아 여성으로서는 최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이하 현지시각)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는 것과 동시에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썼다"며 "소설가 한강을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안나-카린 팜 노벨문학상 선정 위원회 위원은 수상 발표 후 인터뷰에서 "한강은 많은 장르를 아우르는 복잡성과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어구를 구사하는 작가"라며 "(작품에서) 뛰어난 주제를 연속성 있게 이어가면서도 특색 있는 변조가 돋보인다"고 평했다.
또한 한강이 2014년 출간한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가장 먼저 추천할 작품으로 꼽으며 "1980년대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한 감동적이면서도 끔찍한 이야기다. 트라우마가 어떻게 세대를 넘어 계승되는지를 다룬, 역사적 사실을 아주 특별하게 다룬 작품"이라고 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4000만원)과 메달·증서가 수여된다. '2024년 노벨상 시상식'은 오는 12월 2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한강은 1970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연세대에서 국문학을 공부했다. 1993년 ‘문학과 사회’에서 시 ‘서울의 겨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국 현대사의 깊은 어둠과 상처를 소설로 형상화했다. 한강은 앞서 지난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바 있다.
노벨 문학상은 2012년 이후로는 거의 예외 없이 매년 남녀가 번갈아 수상자로 선정되고 있는데 지난해 남성 작가 욘 포세에 이어 올해 한강이 수상하면서 그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한강은 이날 수상자 발표 후 노벨위원회와 전화 인터뷰에서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다"며 "(여러 작가의) 모든 노력과 힘이 나에게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일제히 한국 문학의 쾌거에 축하를 보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 문학사상 위대한 업적이자 온 국민이 기뻐할 국가적 경사”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EBS 오디오북 진행자로 한강 작가를 처음 접했다. 조용하면서도 꾹꾹 눌러 말하는 목소리가 참 좋았다”면서 “기분 좋게 한강 작가가 진행하는 오디오북을 들어야겠다. 이런 날도 오는군요”라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강 작가는 폭력과 증오의 시대 속에서 처절하게 인간의 존엄성을 갈구했다”면서 “우리 안에 무엇으로도 죽일 수 없고 파괴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걸 믿고 싶었다는 그의 말을 마음에 담는다”고 말했다.
전 세계 주요 언론도 한강의 수상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AP는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 문화의 세계적 영향력을 반영해 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NYT는 올해 유력한 수상 후보로는 중국 작가 찬쉐 등이 거론됐었다는 점을 들며 한강의 수상은 ‘놀라운 일’(surprise)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한강의 소설과 에세이, 단편 소설집은 가부장제, 폭력, 슬픔, 인간성이라는 주제를 다양하게 탐구해 왔다"고 평가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한국인의 문학상 수상은 처음이며, 아시아 여성으로도 처음"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