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물로 성관계 '인증'···픽업 아티스트 강사와 수강생들의 잘못된 카페

사진 신원 특정 힘들면 범죄 성립 안 돼 속옷 등으로 '후기' 올려, 미성년자도 언급

2024-10-10     김민 기자
'픽업 아티스트(관계를 목적으로 여성을 찾고 그들을 유혹하는 걸 직업으로 삼는 사람)'와 그가 하는 강의의 수강생들이 성관계 인증 목적으로 여자들의 사진 등을 불법으로 공유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픽업 아티스트(관계를 목적으로 여성을 찾고 그들을 유혹하는 걸 직업으로 삼는 사람)'와 그가 하는 강의의 수강생들이 성관계 인증 목적으로 여자들의 사진 등을 불법으로 공유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 카페와 카톡방에서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지만 여성의 동의 없이 사진을 올리며 성적인 품평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범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10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픽업 아티스트 강사와 수강생들이 불법 촬영물을 돌려보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보자 A 씨는 "해당 업체의 대표가 강의에서 하기 싫다는 여자와 모텔에서 자는 법 등을 알려준다"며 "잠자리를 가졌다는 걸 입증하는 자료로 인터넷 카페에서 속옷 사진이나 여자를 뒤에서 몰래 촬영한 불법 촬영물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해당 카페는 유명 포털 사이트에 정식으로 설립돼 있었다. 카페에는 '픽업 아티스트'인 강사와 수강생들이 올린 '후기' 사진과 게시글로 가득했다. 회원은 10일 기준 4700명 정도였다.

카페에는 이처럼 성관계 '인증' 목적으로 속옷 사진이나 여성의 신체 일부가 나오는 사진이 올라온다. /제보자 제공

'후기' 부문에는 길거리를 걷거나 누군가와 얘기하는 여자의 사진은 물론 해당 여자들과 나눈 카톡 캡처본들이 증거 사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얼굴과 이름은 모자이크로 가려져 있었으나 여성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올린 사진들이었으며 제목이나 내용을 통해 여자의 얼굴과 몸매를 품평하고 잠자리가 어땠는지 묘사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이 외에도 카페 게시물의 대부분이 여자와 잠자리한 횟수와 해당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며 이를 전시하는 내용이었다.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어인 '런'은 성관계 횟수로 4런은 하루 4번 각각 다른 여자들과 성관계했다는 걸 의미한다. '겟'은 번호를 얻은 횟수로 '11번겟'은 11명의 여자의 번호를 얻었다는 걸 나타낸다.

수강생들이 이용하는 단체 카톡방 역시 존재하고 있었다. 카톡방에서는 '결혼하시면 졸업이군요'라는 말에 '아내는 내버려두고 여친 만들어야죠'라는 대화가 오갔으며 '미성년자한테 인기 있는 사람은 누구냐'는 등의 내용도 언급됐다.

카톡방에서는 미성년자와 불륜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제보자 제공

A 씨는 "단톡방에서는 성범죄 신고와 마찬가지로 스토킹 신고를 당했을 때 대처하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는 등 성범죄와 스토킹을 조장하는 행태를 벌이고 있다"며 "강의를 따라 했다가 경찰서에 간 사람들도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N번방 같은 엄청난 성범죄는 아니지만 이것 또한 하나의 성범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도 해당 업체나 수강생들이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방민우 시우 소속 변호사는 "카톡이나 인물 사진을 올려서 품평하고 불특정 다수와 얘기해도 이름과 얼굴을 가려서 신원이 특정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통신매체이용음란죄'나 '공연음란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해당 강의는 약 200만원이 넘는 가격에 제공되고 있다. 가격에 비해 강의의 질도 떨어진다는 것이 A 씨의 주장이다. A 씨는 "여자랑 관계를 갖는 게 모든 강의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은 해당 업체 대표 C 씨에게 연락했으나 C 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여성을 트로피 취급하는 잘못된 여성관이 이런 문제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윤김지영 창원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픽업 아티스트들이 이런 강의를 한 뒤 수강생들이 성공 후기를 올리면 이는 픽업 아티스트의 이득으로 이어진다"며 "일종의 남성 중심의 경제 체계인 맨 이코노미가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성관계 사진이 아니라 만났을 때 거리에서 찍은 사진이라 할지라도 동의를 구하지 않은 사진 아니냐"며 "아마 강의에서 범죄에서 빠져나갈 지점들을 가르쳐 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여성을 포획할 수 있는 일종의 사냥감으로 보는 관점이 공유되고 있다"며 "여성을 자신이 다른 남성에 비해서 더 상위라는 걸 입증하기 위한 트로피로 사용하고 있는 문화라는 점에서 비판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