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뜨고 '주식' 지고···건전재정 무색게 한 밸류업 성적
국채 4수 끝에 WGBI 편입 성공했지만 '밸류업' 힘실었던 증시는 영향력 감소
한국의 국채는 WGBI(세계국채지수)에 편입되는 등 건전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증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의 신흥국 지수에서 비중이 줄어드는 등 국채와 상반된 흐름을 타고 있다. 금융당국은 '밸류업 프로젝트'에 열심이나 이런 결과가 나옴에 따라 실효성에 물음표가 찍힌다.
10일 금융투자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 국채는 지난 8일(현지 시각) WGBI 지수 편입에 성공했다. WGBI는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로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발표한다. 발행 잔액 500억 달러 이상, 신용등급 S&P 기준 A- 이상, 외국인 투자자 시장 접근성 등 요건을 갖춰야 편입될 수 있다.
한국은 지난 2022년 9월 관찰대상국 목록에 올랐고 4번의 도전 끝에 편입에 성공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6월 국제예탁결제기구 국채통합계좌를 개통하고 비과세 및 LEI(법인식별기호) 등과 관련한 어려움도 지속적으로 개선했다. 7월에는 제3자 외환거래 허용, 외환거래시간 연장 등 외환시장 구조개선을 완료하기도 했다.
FTSE 러셀은 "한국 정부가 WGBI 편입을 위한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는 제도개선을 시행함으로써 글로벌 투자를 확대·장려하려는 노력과 함께 글로벌 채권 투자자들의 실질적인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수가 반영되기 시작하는 시점은 발표 1년 뒤인 내년 11월이다. 현재 한국의 편입 비중은 2.22%로 편입국가 중 9위지만 지수반영이 시작되면 비중은 1년간 분기별로 단기적 확대된다.
반면 국내 증시는 MSCI 지수의 신흥국 지수에서 그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MSCI 지수는 미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네셔널이 작성해 발표하는 세계 주가지수로 미국계 펀드 운용에 주요 기준으로 사용된다. 미국과 유럽 등 23개국의 선진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선진국 지수와 아시아 및 중남미 등 24개국 신흥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신흥국 지수(EMF 지수)가 대표적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는 11월 정기 리뷰에서 MSCI 한국지수에 현대로템을 편입하고 KT와 셀트리온제약을 편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MSCI는 매년 2·5·8·11월마다 편출입 종목을 선정하는데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과 5월에는 각각 1개, 4개, 1개 종목이 편출됐다. 국내 증시 수익률이 글로벌 시장 수익률에 미치지 못 했기 때문이다.
MSCI 한국 지수 구성 종목 수가 줄어들면 한국이 신흥국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다. 지난해 11월부터 편출이 이어지자 신흥국 지수 종목 중 한국 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9월 11.95%에서 1년 뒤 11.67%로 줄어들었다. 2019년 2위였던 한국 기업 비중 순위도 올해 4위로 추락했다. 비중이 줄어들면 한국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이지 않게 비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증시가 좋은 성적을 받지 못 하면서 정부 '밸류업 프로젝트'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기업 주가를 올리기 위해 최근에는 PBR, ROE 등 관련 지표가 우수한 100개 기업의 시가총액을 가중적용하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출시했지만 '저평가 종목을 발굴하겠다는 원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