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PA 제도···간호사 64% "과로 시달려"

투입 인원 30% "모호한 업무 범위로 불안" '간호사업무 관련 시범 사업' 지적 잇따라

2024-10-09     김민 기자
간호사의 64%는 무분별한 업무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간호사의 64%는 무분별한 업무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진료 지원(PA) 간호사 제도를 도입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투입된 간호사의 30%가량은 모호한 업무 범위 등으로 인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9일 대한간호협회(간협)가 지난달 소속 간호사 650명(전담간호사 336명·일반간호사 289명·전문간호사 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업무 관련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대상자 중 40.5%(263명)는 시범 사업 참여 기관 소속이었고 21.7%(141명)는 미참여 기관 소속이었다. '참여 여부를 모른다'고 답한 이들은 37.8%(246명)였다. 응답자의 65.2%(424명)는 '역할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206명이 어려움의 이유로 '업무 책임 소재 불분명으로 인한 불안감'을 꼽았다. 응답자들은 "업무 범위가 모호하고 교육 체계가 없어 환자 안전사고나 의료사고 시의 책임에 대해 불안하다"고 답했다.

또한 66명은 '승진 및 발전에서의 한계'를 역할 수행 어려움의 이유로 꼽기도 했다. 이들은 진료 지원 업무 전담 경험을 가진 관리자가 드물고 진료 지원 인력이 간호부 승진 체계에서 암암리에 배제된다고 호소했다. 이밖에 33명은 '간호사가 전공의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의 부정적 반응'을, 31명은 '전공의 복귀 시 언제든 부서가 바뀔 수 있다는 불안감'을 이유로 응답했다.

설문 참여자 중 64%(416명)는 무분별한 업무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416명 중 162명은 '직무 기술서 없이 인턴·전공의·간호사 업무를 무분별하게 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105명은 '무분별한 업무와 기타 잡무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했다.

20명은 임상 연구 보조, 누락된 진료기록 작성 등 부당한 업무를 강요받고 있다고 했고 19명은 의사 등과 갈등으로 업무가 어렵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전체 간호사의 64.5%(419명)는 과도한 업무와 인력 부족 등으로 시간외근무를, 71.5%(465명)는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지난 2월 의정 갈등으로 생긴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간호사업무 관련 시범 사업을 시행했다. 시범 사업을 통해 간호사가 의사 업무 일부를 분담하되 이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협의 업무 외 다른 일은 전가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지침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이에 국회에서는 지난 8월 전담간호사를 제도화하는 내용의 간호법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