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감세 통한 성장' 노렸지만···세수 펑크·가계대출 리스크 현실화
기재위 조세정책 국감 앞둬 법인세 결손액 14조5000억 수출 호조에도 내수는 부진
정부가 경기 둔화 속 감세 정책을 이어온 결과 내년 국가 재정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정부는 기업 투자 여력을 높여 경기 활성화 및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경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오는 10일부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를 한다. 2년 연속 발생한 세수 결손 관련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상속세 개편안과 금융투자소득세, 증권거래세 등도 쟁점으로 꼽힌다.
기재부의 세수 재추계 결과를 보면 올해 국세 수입은 337조7000억원으로 세입예산(367조3000억)보다 29조6000억원(8.1%)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법인세 결손액은 14조5000억원으로 전체 결손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양도소득세도 당초 목표보다 5조8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추정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국세 수입을 382조원으로 추산했다. 올해보다 45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낙관한 것이다. 정부는 여유 기금을 최대한 동원할 방침이지만 적자 국채를 발행하거나 외국환평형기금을 가져다 쓸 계획은 없다고 못 박은 상태다.
앞서 현 정부 출범 초기인 2022년 7월 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글로벌 스탠다드와 조세 원칙에 맞도록 세제를 합리적으로 개편해 민간, 기업, 시장의 활력을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가 악화한 2023년 7월에도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땐 오히려 세금 부담을 줄여 민간기업이나 중산·서민층의 소비·투자 여력을 확보해 주는 게 맞다"고 했다.
감세 기조 속 양호한 경제지표는 보인다. 수출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지난달까지 12개월 연속 증가세고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년 6개월 만에 1%대로 낮아졌다.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올해 3분기 누적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으며 이는 주요 선진국 중 미국(2.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문제는 내수 부진이다. 상품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가 최근 24개월 중 21개월간 감소하는 등 경기민감도가 높은 내구재 소비 감소가 크고 서비스 소비와 연결된 서비스 생산 증가율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통화당국은 부동산, 가계부채 우려에 쉽사리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지 못하는 상태다.
급기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감세 정책과 낙수 효과의 관계성을 부정하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달 25일 관훈토론회에서 "투자할 때 세제 인센티브, 고용 인센티브는 낙수 효과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인센티브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낙수 효과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계대출이 늘면 가계 가처분 소득도 준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으로 전월 말(725조3642억원)보다 5조6029억원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가계의 여윳돈이 전 분기보다 36조원 넘게 줄었다. 소득 증가율이 1·4분기에 비해 뒷걸음질 쳤음에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하며 부동산 투자에 뛰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을 통해 △가업상속공제 확대 △최대주주 할증 과세 폐지 △상속·증여세율 최고세율 인하 △상속세 자녀공제 5억원 확대 등을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거대 야당이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는 등 반대가 만만치 않아 국회 논의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박찬용 안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법인세를 인하하면 경제에 사실 도움이 되긴 된다"면서도 "단기적으론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소득 격차가 더 커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금이라는 것은 원래 없으면 좋긴 좋다. 사치품에 세금을 매기면 소비가 확 줄어드는 등 경제 왜곡 현상이 나타난다"며 "법인세도 낮추면 기업은 확실히 잘 돌아가겠지만 당장 세수가 줄어 복지 재정을 충당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