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노인의 설움···"말할 사람조차 없다"
독거노인 19% "도움 못 받아" 경제활동·사회적 고립 영향
#경기 고양시 거주 독거노인 60대 남성 A씨는 자녀와 성격 차이로 연락을 끊은 지 오래다. 그는 "하루하루가 버겁다. 집에만 있으면 너무 답답하다. 누구랑 말할 사람도 없다. 밖에 나가고 싶어도 교통비부터 걱정이다. 외출조차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자식에게 도와달라 해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 동사무소에 몇 번이고 찾아갔다"며 "법적으로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이사를 하면서 까지 자식과 거리를 뒀다. 여전히 복지 혜택은 받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현재 TV와 휴대전화 서비스까지 끊겨 세상과의 연결마저 단절된 상태"라며 "복지관에서 일주일에 한 번 주는 도시락도 형식적인 지원에 불과하다. 누구에게도 내 마음을 전할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A씨의 사례처럼 독거노인의 우울감과 외로움이 심각한 상태로 나타나면서 정부 측에서도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가구 형태를 넘어 경제적 문제와 사회적 고립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 결과 독거노인의 우울감과 외로움이 심각한 상태로 나타났다. 지난달 26일 통계청 '2024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자 사는 고령자 가구는 213만8000가구로 전체 고령자 가구의 37.8%를 차지했다. 절반(49.4%)은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8.7%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응답했다.
같은 날 통계청은 '독거노인 비율' 발표를 통해 "일찍 고령화를 경험한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고령자 대상 사회보장제도가 미흡하다. 노인에게는 가족이 가장 중요한 사회·경제적 지원자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가족과 사는 노인은 가족에게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독거노인은 그렇지 않다. 특히 노인은 다양한 만성질환에 시달려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 측에서도 독거노인 고립을 해결하고자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독거노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 및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들 수 있다. 독거노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는 독거노인·장애인의 안전한 생활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응급상황 모니터링 △대상자 안전 확인·대응조치 △안전교육 △사후관리 등이 제공된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는 기존의 노인돌봄기본·종합서비스, 단기 가사, 자원 연계, 독거노인 친구 만들기 등 6종을 통합한 것이다. 이중 '은둔형·우울형 노인 특화 서비스'는 가족·이웃 등과의 접촉이 거의 없어 고독사 및 자살 위험이 높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다. 은둔형·우울형으로 나눠 1년간 최소 2주에 1번 대면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편 독거노인의 정신건강 문제는 단순한 가구 형태가 아닌 경제활동·사회적 고립과 같은 요인이 정서적 문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3월 질병관리청(질병청) 공식 학술지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과 우울의 연관성'에 따르면 중년·노년층에서 '경제활동'이 우울과 가장 큰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년층에선 '사회적 고립의 심화'와 '우울'의 연관성이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년 및 노년층의 경제활동 및 정서적 지원 정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박영란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독거노인의 우울감과 사회적 고립 문제는 단순한 경제적 지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자신의 역할을 재확립하고, 자아존중감을 높이며, 사회의 일원으로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사회활동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독거노인이 증가하는 초고령사회에서는 지역 기반 돌봄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노인 당사자들이 공동체 구성원으로 능동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 파주시 거주 80대 독거노인 여성 B씨는 노인정에서의 활동, 자녀의 주기적 방문으로 외로움을 해소했다. B씨는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혼자 살고 있지만 노인정을 다니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노인정에서 사람들과 화투도 치는 등 어울리며 시간을 보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