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터널' 갇힌 고령층, 채무 날로 심화···"지원책 절실"

60대 이상 채무조정자 1만7128명 70대 개인회생 신청 건수 2.5배↑ “적극적인 정부 금융지원 필요해”

2024-10-02     박소연 기자
60대 이상 고령층의 채무 부실이 심화되면서 이들을 위한 맞춤형 금융 지원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연합뉴스 

고금리·고물가 속 빚을 갚지 못하는 취약 차주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층의 채무 부실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이자율 인하 등 채무 조정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채무조정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채무조정 확정 건수는 지난 8월 기준 11만5721명이다. 

채무조정은 생활고 등으로 빚을 갚기 어려운 대출자들을 위해 상환 기간 연장·이자율 조정·채무 감면 등을 해주는 제도다.

60대 이상 채무조정 확정자는 1만7128명으로 전체의 14.8%를 차지했다. 최근 4년간 이들 비중은 12~13%대를 유지했지만 올해 들어 크게 늘었다. 이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올해 60대 채무조정자 수는 프로그램에 따라 12.2~16.8% 증가, 70대 이상은 18.1~23.4%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 의원은 "불경기로 인한 고령층의 채무 불이행이 심화하면서 채무조정 프로그램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고령층을 위한 맞춤형 금융 지원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층 개인회생 신청 건수도 늘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60·70대 개인회생 신청 증가 건수가 크게 늘었다.

60대 이상은 3653건에서 7323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70대 이상은 277건에서 703건으로 2.5배 가량 증가했다.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퇴직금으로 자영업을 시작한 이들이 폐업을 막기 위해 개인파산보다 회생 신청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회생은 빚을 일시 상환하기 어려운 채무자가 3년 이내 기간 동안 꾸준히 상환하면 남은 금액은 탕감해 주는 제도로 개인파산과는 달리 재산 처분권이 상실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령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채무 조정 제도를 확대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올해 4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던 ‘신속·사전채무조정 특례’ 운영 기한을 연말까지 연장했다. 

신속채무조정 특례 신청자 중 상환 능력이 현저히 낮은 만 70세 이상의 고령자 등에 한해 대출 약정이자율 인하 수준을 기존 30~50%에서 50~70%로 확대했고 연체 90일 전에 최대 30%까지 원금 감면을 지원한다. 

전문가 일각에선 지금보다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정부의 대출 규제 확대 등 영향으로 고령층 등 취약 계층을 지원할 자금 여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