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사러 편의점 간다"···가성비 뷰티 유통채널로 떠오른 '편의점'

1만원 미만 가성비 뷰티 상품 확대 1020세대 기초 뷰티 제품 인기 K-뷰티 인기 외국인 관광객 매출 기대

2024-10-01     류빈 기자
세븐일레븐은 지난 27일 패션·뷰티 콘텐츠를 메인으로 K푸드, 체험형 놀이공간, PB 전시존 등이 집결된 ‘세븐일레븐 동대문던던점’을 새롭게 선보였다.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새로운 화장품 유통채널로 급부상하고 있다. 편의점 업체들이 가성비를 앞세운 뷰티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 부담 낮추기에 나선 것이다. 

최근 CJ올리브영이 오프라인 화장품 유통채널 선두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가성비 화장품 전략으로 경쟁력을 높인 생활용품업체 다이소가 ‘메기’로 등장하면서 뷰티 시장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진 분위기다. 여기에 편의점까지 가세하면서 뷰티 시장 경쟁 구도가 다시 한번 흔들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 CU, GS25, 이마트24 등 편의점들이 1만원 미만대로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은 높인 가성비 뷰티 상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27일 패션·뷰티 콘텐츠를 메인으로 K푸드, 체험형 놀이공간, PB 전시존 등이 집결된 ‘세븐일레븐 동대문던던점’을 새롭게 선보였다. 일반 점포 표준 상품 구색 대비 30% 더 많은 패션, 뷰티상품들로 구성된 ‘패션·뷰티존’에서 마녀공장, 메디힐, 셀퓨전씨 등 다양한 뷰티 브랜드와 함께 여행용 및 기초 화장품들을 위주로 30여종을 선보인다. 

세븐일레븐은 이번 동대문던던점을 시작으로 패션·뷰티 특화 점포 운영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특히 해당 매장을 통해 집결되는 외국인 관광객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빠르게 변화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예측하고 글로벌 세븐일레븐 수출 전략에도 이를 반영해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CU는 지난 24일 라이프스타일 코스매틱 브랜드 엔젤루카와 손잡고 ‘콜라겐 랩핑 물광팩’, ‘순수 비타민C 세럼’, ‘글루타치온 수분크림’ 3종을 출시했다. 가격은 모두 3000원이다. /BGF리테일

CU는 지난 24일 라이프스타일 코스매틱 브랜드 엔젤루카와 손잡고 ‘콜라겐 랩핑 물광팩’, ‘순수 비타민C 세럼’, ‘글루타치온 수분크림’ 3종을 출시했다. 가격은 모두 3000원이다. 각 상품은 본품과 동일한 성분으로 용량을 본품 대비 3분의 1 이상 줄이는 대신 가격은 3000원으로 고정했다. 각 상품 1㎖당 가격은 본품 대비 최대 80% 이상 저렴하다. CU는 팔각형, 마름모, 하트, 나비 모양 4종 디자인이 담긴 홀로그램 트러블 패치도 4500원에 선보였다. 

GS25는 지난 8월 듀이트리와 손잡고 마스크팩, 토너, 멀티크림, 세럼 등 4종을 각각 1만원 이하 가격으로 선보였다. 편의점용 소용량으로 제작한 메디힐 보습패드도 1000원에 출시했다. 

이마트24는 뷰티 브랜드 ‘플루’와 손잡고 에센스, 바디스크럽, 클렌징폼 등 3종을 출시했다. 특히 ‘플루 시카부스터 에센스’는 최근 품절대란을 일으킨 ‘미세침(마이크로니들) 에센스’로 편의점 채널에 맞는 용량으로 단독 출시했다. 나머지 2종 역시 편의점 채널에 맞춰 개별 포장된 스틱형이나 소용량으로 제작해 3종 모두 7900원에 출시했다. 

이마트24가 선보인 '플루' 화장품 3종 /이마트24

이처럼 편의점이 저가의 소용량 뷰티 상품군을 확대하는 것은 편의점 주력 소비층인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를 중심으로 ‘가성비 뷰티’ 소비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편의점 화장품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CU에 따르면 연도별 화장품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022년 24.0%, 2023년 28.3%, 올해 1~9월(지난 22일 기준) 14.7%로 매년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CU에서 전년 동기 대비 가장 크게 매출이 신장한 품목은 마스크팩(37.8%), 스킨·로션(24.7%), 클렌징 상품(18.2%), 립케어(11.6%), 데오드란트(11.2%)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10~20대 잘파고객들 사이에서 편의점이 주 쇼핑채널로 자리잡으면서 자연스레 뷰티 제품까지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경향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까지 CU의 화장품 연령별 매출 비중을 보면 10대가 42.3%, 20대가 32.3%로 잘파세대의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30대 11.8%, 40대 10.1%, 50대 이상 3.5% 순이었다.

GS25에서도 최근 3년간 GS25 화장품 카테고리 구매 고객의 주 연령대는 1020세대로 평균 50%에 웃도는 수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마스크팩이나 스킨, 로션 등 기초화장품 구매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GS25에 따르면 올해 기초화장품 매출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15%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이마트24에서는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대비 2022년에는 11%, 2023년 36%, 올해(1월~8월) 21% 등 매년 두 자리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편의점 주요 고객으로도 급부상하면서 K-뷰티 카테고리가 또 다른 매출 증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세븐일레븐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동대문에서 뷰티 상품군 비중을 늘린 매장을 오픈한 이유도 이러한 까닭이다. 편의점 업체들은 향후에도 여러 중소 화장품 브랜드들과의 협업에 나서 뷰티 상품 구색을 확대해나가겠단 복안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여행을 갔을 때 편의점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긴급형 수요로 클렌징티슈, 립케어 상품의 판매가 주로 이루어졌다면, 최근에는 여러 종류의 마스크팩을 낱개로 구매하거나 적은 용량의 스킨케어 상품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중소 협력사를 발굴해 이들과 협업하며 가성비 있는 뷰티 상품들을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