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공개매수 ‘칼’ 빼어들 타이밍 보는 고려아연···장기전 가능성도
30일 윤곽 내달 4일 마감 직전 결정할 듯 연장 기간 길어질수록 유리하다는 판단 MBK 매수가 재상향 시 또 추가 실탄 필요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함께 진행하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의 마감일이 한 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윤범 회장이 대항 공개매수로 역공을 취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항 공개매수는 기존에 진행 중인 공개매수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하는 만큼 최 회장 측이 그 이상의 자금을 확실하게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MBK가 공개매수가를 변경하면 공개매수 기간이 더 늘어나는 만큼 장기전이 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28일 유관 업계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 측은 공개매수 시한(내달 4일) 막판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MBK파트너스는 내달 6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하는데 5~6일이 주말임을 감안하면 실질적 마감일은 4일이 된다.
공개매수는 마지막 이틀 사이에 결정된다고 봐야 하는데 이때 거래량이 급증하고 주가 변동성이 커져서 마지막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특히 MBK가 공개매수 시한이 임박해 공개매수가를 높일 수 있어 고려아연은 미리 대항공개매수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공개매수를 둘러싼 수싸움이 장기전이 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휴일을 고려하면 공개매수 시한까지 3영업일 남았지만, MBK가 공개매수가를 변경하면 공개매수 기간은 10일 늘어난다. 고려아연이 대항공개매수에 나서면 최단 20일, 최장 60일 동안 진행된다.
대항 공개매수가는 MBK파트너스가 한 차례 인상한 주당 75만원보다 높은 가격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투자자들이 대항 공개매수에 응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한층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최윤범 회장이 공개매수 마감일인 다음 달 4일에 80만원을 제시하며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 회장 측이 80만원의 대항 공개매수가로 경영권을 지켜내려면 최소 11~12%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약 2조원대의 자금이 필요하다.
MBK 측이 공개매수 가격을 한 차례 상향한 바 있지만 다시 매수 가격을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MBK가 공개매수가를 재상향할 경우 공개매수 기간은 10일 연장되며 회장이 추가 실탄을 마련하지 못하면 MBK 측의 공개매수는 자동으로 성사된다.
영풍·MBK파트너스 측과 최 회장 측(한화·현대차·LG·트라피구라 포함)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0% 초·중반대로 엇비슷하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최소 매수 예정 수량을 전체 주식 수의 약 7%로 정한 이유에 대해 과거 고려아연 주주총회 출석률 등을 감안할 시 이 정도 지분을 추가 확보하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현재 최 회장 측은 해외 사모펀드(PE)인 베인캐피탈,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과 접촉하며 자금 마련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들이 최 회장의 백기사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려면 9월 30일까지 금융감독원에 신고하고, 신고 전 공개매수를 위한 예치금 등의 절차를 완비해야 한다.
다만 이들 PE가 이번처럼 위험성이 높은 건에 자금을 지원할 때는 확실한 반대급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고려아연 상장 이래 최고가 수준으로 치솟은 가격에 주식 매입이 필요한 만큼 심한 경우 최 회장이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해외 PE에서 자금을 확보하려면 무엇이든 담보로 제공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크레딧펀드로 들어온다면 손실이 뻔한 투자를 하는 것이 되어서 회사 손실에 따른 배임 문제가 커 보인다"고 말했다.
대항 공개매수의 절대적 규모가 MBK파트너스(최대 2조2687억원)에 미치지 못할 경우도 매력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공개매수 응모 수량이 최대 매수 예정 수량을 웃돌 경우 매수자는 물량을 안분비례해 사들이는데, 이때 가격은 낮더라도 보다 확실한 차익 실현이 가능한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투자자가 응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