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 벽 높인 MBK, 고려아연 인수 vs 승자의 저주 딜레마
영풍으로부터 3000억원 추가 실탄 확보 주총 특별결의 요건 갖추기 위한 출혈 강행 대항공개매수 위해선 자금 1조 이상 필요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뛰어든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전일 영풍으로부터 3000억원을 차입해 실탄을 마련한 뒤 대세 굳히기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지만 가격 인상에 따른 승자의 저주 문턱에 다가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코스피 개장 전 금융감독원에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가격을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상향하는 정정신고서를 제출했다. 영풍정밀 공개매수가격도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상향했다.
이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게 실탄을 마련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자본시장법(136조)에 따라 MBK가 26일 공개매수 조건을 변경하면, 공개매수 종료일이 처음과 같은 10월 4일(영업일 기준)이 된다. 반면 이후 공개매수 조건을 변경하면 매수 종료일을 10일 더 연장해야했다.
전날 고려아연의 주가는 70만4000원으로 최초 공개매수가격보다 높은 상황이었다. 따라서 54%대의 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권 인수에 성공하기 위해선 매수가격 상향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다만 출혈 경쟁 양상이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남았다.
SK이노베이션 사례를 보면 기업 인수 및 합병(M&A)의 성공은 기업 밸류업 측면에서도 호재다. 다만 공개매수를 통한 경쟁은 곧잘 승자의 저주로 이어진다. 최종 승자가 해당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지불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MBK 역시 이런 가능성을 예상 못한 것은 아니다. 영풍 측과 고려아연 측을 제외한 기타투자자들은 평단가가 낮은 장기투자자가 대부분이라 인상할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최윤범 회장 측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물리적인 시간은 촉박하지만 최윤범 회장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최 회장이 상대 측 지분율 과반을 막기 위해 필요한 고려아연 지분은 6.05%다. 전일 종가 기준 9000억원 수준에 달하는 규모였으나 MBK의 공개매수 가격 인상으로 조 단위 자금 조달이 필요하게 됐다.
영풍과 MBK는 올해 3월 최 회장이 내려놓은 대표이사 신규 선임을 위한 과반을 넘어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갖추기 위한 지분을 확보해 임기가 남은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를 해임시킨다는 것이 목표다. 주총에서 국민연금을 포함해 최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한화(7.75%)·현대차그룹(5.05%)·LG화학(1.89%)의 발을 묶으면 52% 지분 확보로 가능하다는 계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