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의 노인 부양', '미래 세대 못 받아'···국민연금의 억울한 오해
기금 고갈돼도 부과제로 바꿔 유지 노후 소득 안정돼야 세대 통합 가능
저출산 등의 문제로 국민연금이 2055년에 고갈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연금 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세대 간 갈등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문제를 세대 간 갈등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국민연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연금을 둘러싼 갈등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1988년에 도입됐으며 지난해 정부는 제5차 국민연금 재정 계산 결과 2055년에 기금이 소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 도입 당시 합계출산율은 1.55명이었으나 현재는 0.7명대로 추락했다. 미래에 국민연금을 납부할 수 있는 인구는 많이 감소했지만 평균 수명은 도입 당시 70세에서 지난해 기준 83세로 크게 상승했다.
이에 복수의 언론에서 "청년층이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보도가 나왔다. '세대 갈등' 이야기도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25세 남성 A씨는 "어차피 2062년쯤에는 연금의 씨가 마르는데 우리는 돈만 내고 한 푼도 못 받지 않냐"며 "각자도생의 시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생각이 '오해'라고 말한다.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2055년에 연금이 고갈돼 청년 세대가 이를 받지 못한다는 의견에 "우리 사회에서 횡행하는 거짓말"이라며 "기금이 고갈된다고 해서 연금을 못 받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로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도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연금은 반드시 받습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적립된 기금이 모두 소진된다고 하더라도 연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그해에 걷어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전환해 연금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남 교수는 "국민연금을 단순히 젊은 층이 노인층을 부양하는 제도라고 보는 것은 잘못됐다. 사회 전체가 연대하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에 낸 돈과 받는 돈만을 따지는 것은 기타 사적 부양이나 비용 같은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행 국민연금 운용에 대해 "생산 인구가 줄어든다면 다른 방안도 있다. 지금의 행위가 조선시대 때 양반에게 군포를 걷지 않고 농민에게만 군포를 걷는 행위와 뭐가 다르냐"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현재 국민연금은 근로소득을 통해 얻으며 이 근로소득도 GDP의 30% 정도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불안정한 노후 생활을 해결할수록 세대 간 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주은선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세대 간의 자원 이전을 세대 간의 갈등 요인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공적인 노후 소득 보장이 안정적으로 제공될 때 세대 간의 갈등이 좀 더 줄어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한국의 국민연금이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기능 면에서 여러 가지 결함이 있다는 점은 높은 노인 빈곤율을 통해서도 입증이 되고 있다. 그리고 OECD 국가들 평균하고 비교를 해봐도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급여 수준이 너무 낮다는 사실을 다양한 비교를 통해서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4일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올해 수준인 42%로 유지하는 내용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았다. 개혁안에는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상황 등과 연동해 연금액 등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와 세대별로 보험료율 상향 속도를 다르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혁안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연금개혁안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여야가 참여하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담긴 재정 안정 자동조정장치와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에 대해 "국민 부담을 증가시키고 연금을 삭감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