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더봄] 인생은 세상에 소풍 나온 것 - 영화 '소풍'

[강신영 시니어 입장가] (21) 한 세상 잘 살다가 갈 때 삶의 정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2024-10-05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지난 2월 개봉한 (주)로케트필름 김용균 감독 작품이다. 주연에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등 베테랑 배우들이 나와 열연했다. 

영화 '소풍' 포스터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로케트필름

은심(나문희)은 서울 아파트에 사는 독거노인이다. 은심의 아들은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사장이었으나 은심에게 긴급 도움 요청을 한다. 체인점에 공급한 기름의 위생 문제로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되면서 자금난에 시달리게 되고 급기야 가맹점주 한 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가맹점주들의 집단 소송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며느리까지 아들을 캐나다로 유학 보내야 하는데 돈이 없다며 도와달라고 한다.

때마침 동창생이자 사돈지간인 금순(김영옥)이 상경해서 은심에게 왔다. 금순은 은심의 고향마을 친구이자 밭농사를 지으면서 나물을 시장에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전형적인 시골 할머니다.

은심은 요즘 들어 돌아가신 엄마가 자꾸 꿈에 나타났다. 아들 내외가 돈 달라고 쳐들어왔을 때 마침 금순이도 불쑥 찾아오자 은심은 금순과 함께 고향 남해로 떠나기로 했다. 60년 만에 찾아간 고향에서 은심은 16살의 추억을 만났다. 그러니까 76살 동창생들 얘기다.

그곳에서 우연히 자신을 짝사랑하던 태호(박근형)를 만나며 잊고 지낸 추억을 하나둘씩 떠올리게 된다. 고향을 떠나야 했던 아픈 추억을 헤집는 사람도 있었다. 남해에선 마침 리조트 건설을 한다고 하여 주민들이 반대 시위를 하는 중이다. 태호가 3대째 양조장을 하며 청년단장을 맡은 딸과 함께 시위를 주동하고 있다.

셋의 추억은 좋은 일, 안 좋은 일 다 떠올리지만 태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뇌종양으로 죽는다. 금순이도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안 좋다. 은심이도 사실은 파킨슨병 초기 환자다. 이젠 삶을 정리해야 할 때라는 것에 동의한다. 줄 것 있을 때, 줄 수 있을 때 주고 떠날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동창생들은 특별한 인연으로 만난 소풍 친구다. 영화 '소풍' 스틸컷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로케트필름

은심은 약간의 돈을 찾아 태호의 딸에게 선물을 건넨다. 은심을 좋아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던 미안함도 있었다. 이 마을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리조트로 개발되는 것으로 승인이 난다. 이제 금순이의 집도 다 헐려 나갈 판이다. 

돈 때문에 고심하던 아들이 남해 마을까지 찾아오자 은심은 집을 내놓았다고 말한다. 그 돈은 며느리 앞으로 입금될 것이라고 했다. 아들은 고생을 안 해봐서 실수를 자주 하지만, 며느리는 이혼하더라도 제 앞가림 하는 친구 딸이라 더 믿는다고 했다. 결국 죽기 전에 재산을 정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태호가 죽자 둘만 남았다.

둘은 경치가 좋은 근처 바닷가로 김밥을 싸서 소풍을 간다. 그리고 우정을 다짐한다. “다음에 다시 태어나도 네 친구 할 끼야.”

한 편의 시가 되는 우정, 마지막 소풍이다. 인생은 소풍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