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즈] ⑦ 청담동 웨딩 커플이 픽한 대세 커플링···3대째 주얼러 존폴쥬얼리 이인창 대표

MZ세대 커플 선택한 한국형 커플링 예물 주얼리의 새로운 트렌드 주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게 꿈

2024-11-07     민은미 주얼리 칼럼니스트

한국의 주얼리 시장은 세계 5위권에 달한다. 그러나 정작 주얼리 시장의 주도권은 해외 명품 브랜드에 내주고 있다. K-팝과 K-드라마가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시대, K-주얼리는 안방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품질과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지만 세계적인 브랜드를 키우지 못한 탓이다. 여전한 음성 거래와 디자인 베끼기, 영세한 운영 등이 K-주얼리 브랜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러나 K-컬처의 약진과 함께 K-주얼리의 잠재력도 살아나고 있다. 실력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새 바람도 일으키고 있다. 여성경제신문은 K-주얼리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고 있는 토종 브랜드를 응원하는 '주얼리즈' 시리즈를 시작한다. 주얼리즈는 '주얼리'와 '리즈 시절'의 합성어다. 지금이 리즈 시절인 신흥 K-주얼리 브랜드를 발굴해 국내 독자에게도 소개하고 세계시장으로 발돋움하는데 일조하려 한다. [편집자]

존폴쥬얼리 이인창 대표 /장세곤 기자

청담동 명품 거리에는 세계적인 명성의 럭셔리 브랜드가 즐비하다. 명품 거리 대로변에 디올과 구찌 매장을 마주하고 당당히 자리 잡은 한국의 토종 주얼리 브랜드가 있다. 비록 단독 건물은 아니지만, 2층 한편에 위치한 ‘존폴쥬얼리’ 매장에는 예물 주얼리와 패션 주얼리를 구입하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존폴쥬얼리는 예물 주얼리 강자로 무섭게 성장 중이다. 커플링을 고르려면 존폴쥬얼리를 한 번은 들러서 착용해 봐야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최근 MZ세대 커플은 어떤 커플링을 선호할까. 존폴쥬얼리가 고객을 사로잡은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2012년에 존폴쥬얼리를 창립하고 12년째 브랜드를 이끄는 이인창 대표(39)를 지난 9월 11일 종로 사무실에서 만났다.

자신의 세례명 앞 글자를 따 존폴이라는 브랜드명을 만들었다. 로고 아래의 숫자는 가업을 시작한 1947년을 의미한다. /장세곤 기자

—존폴쥬얼리 브랜드 소개를 부탁드린다.

“고객에게 만족스러운 디자인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파인 주얼리 브랜드입니다. 창업주(이 대표의 할아버지)께서는 ‘고객에게 신뢰를 얻고 만족을 드리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거죠. 그런 흔들리지 않는 철학 아래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고객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에게 하이 퀄리티, 굿 디자인의 존폴쥬얼리를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창업주인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주얼러였나.

“할아버지(이명호·1915~1985년)는 세공 기술자였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기술자로 노역하러 갔다가 해방이 되고 고향인 경상북도 문경에 돌아와 1947년에 작은 가게를 열었어요. 할아버지가 직접 만든 금속 안경, 비녀, 가락지, 은장도, 마고자 단추 등을 팔았습니다. 그 가게를 아버지(이흥길·70)가 이어받아 지금도 문경에서 금은방인 ‘삼성당’을 78년째 운영 중입니다.” 

이 대표의 아버지가 지금도 운영 중인 ‘삼성당’의 1970년대 모습(왼쪽)과 가업 초기 가내수공업으로 작업하는 모습 /존폴쥬얼리

—이 대표가 주얼리업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대학에서 경영·회계를 전공하고 창업 컨설팅 회사에서 직장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막연하게 맘에 품고 있었던 3대째 가업을 잇는 일이 실제가 됐습니다.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는 꿈을 창업을 통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12년에 다이아몬드를 판매하는 온라인 몰을 시작해 존폴쥬얼리 매장을 오픈하며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창업주가 직접 만든 제품들과 3대째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기록품들 /존폴쥬얼리

이인창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세공사였던 할아버지가 금속을 두드리고 모양을 만들고 광을 내며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보며 자랐다고 한다. 흔히 상상하는, 럭셔리하게 비즈니스를 하는 모습과는 분명 달랐다. 주얼리 사업의 이면에는 끊임없는 노동과 수고와 열정이 뒤따른다는 것을 이 대표는 잘 이해하게 됐고, 결국은 브랜딩으로 부가가치를 키워야 주얼리도 세계에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브랜드를 하고 싶었던 이인창 대표는 천주교 신자로, 세례명이 요한 바오로다. 세례명의 앞 글자를 따 존폴이라는 브랜드명을 만들었다. J와 P로 이루어진 브랜드 로고 아래의 숫자는 할아버지가 가업을 시작한 1947년을 의미한다.

지난 2017년 12월에는 익선동에서 ‘존폴쥬얼리 70주년 기념전’을 열었다. 1대부터 3대까지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현물을 전시하고 아버지의 고증 하에 기억 속의 장면을 그림으로 재구성해 가업 70년 역사를 기록으로 남겼다. 그림은 이 대표의 여동생(이창화·37)이 직접 그려 과거를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존폴쥬얼리 70주년 기념전 전경 /존폴쥬얼리

—매장을 두 곳(청담점과 종로점) 운영 중인데, 청담점을 연 이유가 있나.

“존폴쥬얼리의 주 고객이 웨딩 커플입니다. 고객이 있는 곳에 매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우수한 품질의 예물 주얼리를 웨딩 1번지 청담동을 찾는 고객님들께 꼭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청담동 매장을 오픈하고 새로운 고객을 많이 만났습니다.

또한 청담동에는 맛집, 갤러리 등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 데이트 장소로 젊은 커플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입니다. 외국인 고객도 다수라 고객층을 확장하고 브랜드를 알리는 역할도 합니다.”

존폴쥬얼리 매장의 쇼케이스 /장세곤 기자

—다이아몬드 위주의 웨딩 주얼리, 원석 주얼리, 패션 주얼리, 진주 주얼리와 컬렉션 출시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이유는.

“존폴쥬얼리의 인기 제품은 커플링입니다. 그러나 커플링은 전체의 일부이고 결국에는 파인 주얼리의 디자인적 시도가 많이 일어나야 브랜드의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존폴만의 철학을 담은 다양한 디자인을 보실 수 있게 원석을 세팅한 제품 라인을 보유하고 고객들에게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베스트 셀러, 커플링 /존폴쥬얼리

—존폴쥬얼리의 베스트 셀러는?

“현재 가장 반응이 좋은 제품은 간결한 디자인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연구실에서 생산한, 합성 다이아몬드-편집자 주)가 세팅된 커플링입니다. 수년 새 예물을 고르는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2~3년 전만 해도 다이아몬드의 크기, 즉 3부, 5부, 1캐럿이라는 숫자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과거 좋은 예물이 다이아몬드의 크기와 비례했다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대중화되면서 젊은 고객들에게는 크기에 대한 욕구가 현저하게 낮아졌습니다. 현재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1캐럿은 100만원대 전후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대신, 동일한 가격대로 다이아몬드의 크기는 작아도 예쁘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커플링을 선택하는 고객이 많아졌습니다. 남녀가 각각 100만원대로 2개의 커플링을 고르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젊은 고객이 대부분입니다. 예물의 경우, 목걸이나 귀걸이 같은 품목보다는 반지만 구입하는 고객이 주를 이룹니다.”

MZ 커플들은 예물로 다이아몬드의 크기보다는 간결한 디자인의 커플링을 선호한다. /존폴쥬얼리

—커플링을 사는 고객들이 가장 많이 비교하는 브랜드는.

“아무래도 해외 명품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상당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존폴만의 색깔을 선호하는 고객이 분명히 있습니다. 오히려 이제 명품 브랜드 예물이 흔해서 겹치는 것이 싫다는 고객도 오십니다.

근래에는 샴페인 골드가 인기인데, 샴페인 골드는 명품 브랜드에는 없어요. 샴페인 골드는 순금에 흰색 금속을 섞어 만든 14K, 18K 합금으로 옅은 골드색입니다. 짙은 옐로우 골드 색상보다 은은하고 고급스럽게 느껴져서 최근 웨딩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쇼케이스에 전시된 포레스트 컬렉션을 설명하는 이인창 대표 /장세곤 기자

—포레스트 컬렉션은 2023년 서울패션위크에서 전시한 것인가.

“포레스트 컬렉션은 호랑이와 토끼를 모티브로 한 컬렉션으로 2023년 서울패션위크에서 공개했습니다. K-뷰티와 K-패션은 주얼리 산업보다 세계에 더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패션위크에 참여해 전 세계에서 방문하는 바이어들에게 브랜드와 포레스트 컬렉션을 알렸습니다. 앞으로도 서울패션위크를 비롯하여 브랜드와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다른 분야와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입니다.” 

고객이 에메랄드 컷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시착하고 있다. /장세곤 기자

이인창 대표의 비즈니스 롤모델은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한 회사에서 다양한 컬러의 아티스트를 인큐베이팅하고 동반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롤모델로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있다.

주얼리 역시 한 회사 안에서 다양한 브랜드들이 안정적으로 상생하는 환경을 만들어서 나갈 수 있다면 분명히 뭔가 기회가 더 열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K-팝으로 세계를 제패한 저력을 거울삼아 존폴이라는 주얼리 브랜드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고민하며 한 걸음씩 전진 중이라고 한다. 

—이인창 대표가 이루고 싶은 꿈은.

“한국 주얼리 브랜드가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존폴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존폴이 되면 더 바랄 게 없죠. 우리나라 주얼리가 해외에서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꿈꾸며 고객이 만족하는 디자인과 품질, 합리적 가격을 경영 최우선으로 두고 있고 1947년 문경에서부터 2012년 서울을 기점으로 앞으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이 제 꿈입니다.” 
 
—나에게 주얼리란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제게 주얼리는 하나의 연결 고리입니다. 시간의 연결이고, 사람과의 연결이고, 그리고 저의 여러 가지 상황들이 주얼리로 다 연결되어 있죠. 모든 것의 매개체입니다. 그래서 주얼리가 상당히 가치 있는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고객님들께도 주얼리가 더욱 가치 있는 물건이 될 수 있게끔, 제가 그 연결고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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