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수도권 과밀화 심각한데···대책 법안 정쟁에 밀려

세제 지원, 기업 투자 유치법 등 김건희·채상병 특검법에 밀려 전문가 "근로자 거주 여건 중요"

2024-09-19     이상무 기자
수풀 무성한 경기도 가평군 북면 빈집 /연합뉴스

최근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지방 소멸 위기에 직면하고 있지만 관련 대책을 담은 법안 처리는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지방 소멸이란 지방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경제적 활력이 상실되면서 지역이 사실상 소멸하는 현상을 뜻한다.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비수도권 지역 의원 중심으로 지방 소멸 방지를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경남 양산갑)은 2년 이상 공실이 발생한 비수도권 상가 및 건축물의 재산세를 50%까지 감면하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22대 국회 개원 직후 발의했다. 지역에 본사를 둔 기업에 법인세율을 내려주는 법인세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세제 인센티브로 기업들의 지방 이전을 이끌어낸다는 구상이다. 

같은 당 서범수 의원(울산 울주)은 지방 5대 도시에 조성되는 도심융합특구 입주 기업에 각종 세제 지원하는 법안을 내놨다. 법인세와 지방세를 감면하는 것은 물론 해당 지역 부동산을 취득하면 취득세와 재산세도 줄여준다는 내용이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천안병)이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은 지역 은행이 없는 충청권 등에서 보다 쉽게 자체 은행을 설립하도록 하기 위해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을 15% 이내에서 34%까지 완화한다.

같은 당 정진욱(광주 동남갑)의원은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지방소멸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투자촉진 특별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기업의 지방투자 유치 촉진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청년들의 지방 정착을 유도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야당 단독으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 소멸 위기는 대도시로의 인구 집중, 출산율 저하, 청년층의 일자리 부족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다. 지방은 상대적으로 취업 기회와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젊은층이 떠난다. 남은 인구는 고령화되면서 지방 경제의 활력은 크게 약화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소멸위험지역은 130곳(57.0%)으로 나타났다. 17개 광역시도 중 소멸위험지역은 8개로 그중 부산마저 광역시 중 최초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서고, 지역내총생산 역시 수도권 비중이 전체 생산 중 50%를 넘는 등 과밀화가 지속된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방시대 실현'을 국정과제로 삼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에 여당은 21대 국회에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으나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당시 교육계를 대변하는 일부 야당 의원들은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통합'(제35조)과 '교육자유특구 설치'(제36조) 조항이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저해하고 학교 서열화와 지나친 입시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여야는 지난달 말 22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으로 민생 법안을 합의 처리했지만 지방 소멸 극복 법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열린 9월 정기국회도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 민주당 주도의 쟁점법안을 둘러싼 정쟁으로 지방 소멸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전문가는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성과가 가능한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사실 공통적으로 느껴왔던 부분이 기업들에 세제 혜택을 줬다더라도 지방에 투자를 못 하는 이유는 당장 인력난에 문제가 있다"며 "인재를 확보하려면 거주 여건이라든가 여러 가지 근무 여건이 중요한데 아무리 지방 유치가 됐다 하더라도 그게 제공이 안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많은 산업공단도 지방에다가 만들어서 여러 가지 기회를 줬지만,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지는 문제가 있어 근본적인 해법이 나와야 할 것"이라며 "많은 종사자들이 지방에 거주할 수 있도록 환경이 갖춰져야 하는데 그게 없으면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어도 성과가 제대로 안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