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면 해외시장 보폭 확대 속도···연간 수출액 1.5조원 달성 코 앞

농심·삼양·오뚜기, 현지법인 설립·생산공장 확충 올해 라면 연간 수출액 1조5000억원 달성 전망 내수 시장 성장 한계···유럽 시장 성장세 주목

2024-09-19     류빈 기자
대형마트 라면 매대 /연합뉴스

K-푸드의 열풍으로 올해 라면 수출액이 1조5000억원을 넘길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내 주요 라면 업체들이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등 주요 라면 제조 기업들이 최근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유럽 시장 마케팅에 집중하는 동시에 점차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생산 공장을 늘리는 등 한국 라면 수요가 높아지는 해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농심은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연간 5억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녹산 수출전용공장을 2026년 상반기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2026년 하반기부터 농심의 연간 수출용 라면 생산량은 기존의 부산공장과 합쳐 연간 10억개로 현재보다 2배 증가하게 된다. 

농심은 최근 전세계 K라면 열풍으로 수출 물량이 매년 증가, 기존 수출제품 생산을 전담했던 부산공장 라인을 증설하며 대응해 왔다. 녹산 수출공장이 완공되면 기존 미국법인(약 10억개)과 중국법인(약 7억개)을 합쳐 연간 약 27억개의 글로벌 공급능력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내수용 물량까지 더하면 총 60억개를 생산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농심은 내년 초 판매법인 설립을 검토 중인 유럽시장 확대는 물론, 향후 성장 잠재력을 갖춘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시장 진출도 확대할 방침이다.

농심 2007년 완공된 현재 녹산공장 전경 /농심

삼양식품은 지난 7월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네덜란드 노르트홀란트주에 유럽판매법인을 설립했다. 삼양식품의 전체 수출 비중에서 유럽지역이 2019년 6%에서 지난해 15%로, 올해 상반기 기준 19%까지 비중이 확대됐다.

삼양식품은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밀양 2공장도 짓고 있다. 지난 2022년 밀양1공장 완공 후 수출 물량이 더욱 늘어나자 2년 만에 2공장 건설에 들어가는 것이다. 삼양식품은 밀양2공장 건설에 총 1643억원을 투자한다. 연면적 3만4576㎡에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로, 총 5개의 라면 생산라인이 들어설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내 완공 시 연간 최대 5억6000개의 라면 생산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삼양식품의 연간 최대 라면 생산량은 기존 18억개(원주, 익산, 밀양1공장)에서 약 24억개로 증가하게 된다. 삼양식품은 밀양2공장은 완공 후 미주 시장을 겨냥한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밀양1공장은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수출 규모를 늘려갈 계획이다.

오뚜기도 해외에서 판촉 활동 및 유통사 입점을 확대하고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오뚜기는 해외 소비자들이 읽기 쉽도록 기존 사용하던 영문 표기 'OTTOGI'에서 새로운 영문 표기 'OTOKI'로 변경을 추진하고, 심볼마크 디자인도 변경해 상표권을 출원했다. 새롭게 변경을 추진하는 영문 표기는 국내 및 해외 주요 수출국에서 출원이 진행되며, 수출용 제품 패키지 내 신규 영문 심볼마크를 순차적으로 적용한다는 설명이다.

변경된 오뚜기 영문 표기와 심볼마크 /오뚜기 

식품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한국 라면에 대한 수요는 초기에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정돼 왔으나 최근에는 한류 열풍을 기반으로 미국, 유럽 등으로도 수요가 확대되면서 수출 비중도 커지고 있다”며 “현지 법인 설립과 생산 시설 확충을 기반으로 현지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라면 기업이 이처럼 해외 시장 공략에 주력하는 이유는 라면 수출액이 해마다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면 수출액은 지난 2015년부터 작년까지 9년째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로 썼고 올해도 연간 기준 최대치 경신이 유력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라면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7% 증가한 8억달러(약 1조1000억원)로 잠정 집계됐다. 작년에는 10월에 라면 수출액 1조원을 넘겼으나 올해는 두 달을 앞당긴 셈이다. 이러한 성장세라면 올해 연간 수출액이 1조5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중국으로의 수출액이 가장 많다. 중국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26.9% 증가한 1억6000만달러(2128억원)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한국 라면 선호와 1인 가구 증가, 간편식 수요가 확대되면서 수출이 증가했다.

미국으로의 수출액은 1억4000만달러(186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1.5% 증가했다. 미국에서는 한국 라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화제가 되면서 마트에서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유럽에서도 한국 라면을 찾는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네덜란드로의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8.3% 증가한 6000만달러(798억원)를 기록하며 전체 국가 중 3위를 차지했다. 영국으로의 수출액은 64.9% 증가, 독일로의 수출액은 47.4% 증가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내수 시장에서는 더 이상 성장하기가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대부분의 식품 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의 매출 비중을 늘리는 데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