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영 더봄] 한국인만 좋아하는 게 아냐···세계의 다양한 갈비 요리

[전지영의 세계음식이야기] 고온 다습한 지역에서 즐기는 돼지갈비 건조하고 척박한 땅에서 발달한 양 갈비 요리 소갈비의 다양한 변신

2024-09-18     전지영 푸드칼럼니스트

한국의 명절이나 잔칫날 갈비찜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메뉴이다.

한국인은 소고기의 안심이나 등심뿐 아니라 내장이나 소꼬리 같은 부산물까지도 빠짐없이 요리해 먹는 민족이다. 한국만큼 사골이나 꼬리 등의 부산물을 알뜰하게 챙겨 먹는 나라도 드물다. 뼈에 붙은 고기 중 갈비는 한국에서는 잔칫날이나 명절에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한 최고급 부위 중 하나다.

고급 소고기 부위인 갈비 /픽사베이

특히 갈비찜은 핏물을 빼고 기름을 걸러내서 몇 번이나 물에 담갔다가 데치고 기름기를 제거하고 양념해서 조리하는 많은 과정을 거쳐야 완성되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세계 각국에서도 돼지갈비, 양갈비, 소갈비 등 다양한 갈비 요리를 즐기고 있다. 뼈에 붙어있는 조직의 쫄깃함이 씹히면서 그 맛이 배가돼서인지 갈비는 다른 부위보다 가격이 매우 비싼 편이다.

고온 다습한 지역에서 즐기는 돼지갈비

돼지고기를 사육하기 위해서는 물이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대체로 고온다습한 지역인 인도와 일본, 중국 남부 및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돼지갈비 요리가 발달되어 있다.

돼지는 고온다습한 지역에 적응된 동물로 각종 바이러스와 세균들에도 잘 견딜 수 있고 온갖 사료들을 탈 없이 먹어 치울 수 있는 동물로 대규모의 식량이 생산되는 인구 밀집 지역에서 많은 수의 정착민의 식량으로 적합한 주력 육류인 것이다.

중동의 이슬람국가에서 돼지고기를 종교적으로 금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물이 귀하고 건조한 기후적인 영향도 돼지를 사육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온난한 기후와 풍부한 물, 일정한 정착지와 잡식성인 돼지를 먹이기에 충분한 식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돼지갈비 요리로 탕추파이구(糖醋排骨)라는 요리가 있다. 돼지갈비를 튀긴 후 새콤달콤한 소스에 버무린 요리로 탕수육과 비슷한 맛을 낸다.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간장, 설탕, 식초, 마늘 등의 재료를 사용해 독특한 풍미를 내며 중국 전역에서 즐겨 먹는 인기 요리이다.

미국에서도 '베이비 백 립(Baby Back Ribs)'이라고 하여 돼지갈비를 천천히 훈제하여 부드럽게 만든 후 바비큐 소스를 발라 마무리한 요리를 즐겨 먹는다. 미국 남부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부드럽고 촉촉하게 결대로 찢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미국 남부 요리 베이비 립 /픽사베이

건조하고 척박한 땅에서 발달한 양갈비 요리

강수량이나 일조량이 부족하여 농사를 짓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양고기에 의존한 식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사막지대인 서아시아나 북아프리카, 중동 지역이 대표적인 양고기를 즐겨 먹는 나라이다. 건조 지역에서의 경우 양에게서 털과 가죽, 고기와 뼈 등 유용한 것들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막은 해가 진 후에는 몹시 춥기 때문에 양털이 필수품이기도 했다.

12개월 미만인 양의 고기는 램(Lamb)이라 하고, 다 자란 양의 고기는 머튼(Mutton)이라고 하는데 양고기는 나이가 들수록 특유의 누린내가 심하고 육질이 질겨진다. 중동의 이슬람국가에서는 양고기를 할랄 식품으로 지정하여 막대한 양을 소비하고 있다.

튀르키예에서는 ‘만타르 피르졸라(Mantar pirzola)’라는 화덕에 구운 양갈비 요리를 즐겨 먹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맨사프(mansaf)라는 특별한 양념과 함께 오랜 시간 구워낸 부드러운 양갈비 요리를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특별한 음식으로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이렇듯 중동에서 양고기 수요가 엄청나다 보니 이슬람권 나라를 대표하는 냄새는 양고기 냄새라는 말까지 있다.

중동에서 즐겨 먹는 양갈비 /픽사베이

소갈비의 다양한 변신

소갈비는 갈비구이, 갈비찜, 갈비탕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며 세계적으로도 맛이 좋은 고급 요리로 알려져 있다.

소의 갈빗살도 부위에 따라 매우 다양한데 척(Chuck, 목 주변 고기), 립(Rib, 등 주변 고기), 플레이트(Plate, 복부 고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척 부위에서는 본갈비(Chuck Short Ribs)가 나오고 립 부위도 꽃갈비(Rib Short Ribs)와 참갈비(Back Short Ribs)로 나눌 수 있다.

양지 갈비(Plate Short Ribs)는 플레이트에 있는 갈비뼈 주변에 붙어있는 고기를 지칭한다.

구이용으로 적합한 본갈비는 적당한 마블링에 살코기에서 나오는 씹는 식감이 특징으로 육향이 강하고 씹는 식감이 강하여 일반 구이용이나 양념을 하여 찜 등의 요리로 쓰인다.

꽃갈비는 스테이크나 구이용으로 적합하며 갈비 중에서도 운동량이 가장 적은 안쪽(가운데 부분)에 있어서 부드럽고 마블링이 고르게 퍼져 있어 갈비 중에서도 가장 비싼 특수 부위이다.

갈비탕이나 국거리로 적합한 참갈비나 양지 갈비는 다른 갈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블링이 적고 운동량이 많아 질긴 식감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탈리아에서 즐겨 먹는 송아지 갈비를 얇게 썰어 밀가루, 계란, 빵가루를 입혀 튀긴 코스텔레타(Costoletta), 일본에서 얇게 소갈비를 썰어 양념에 재운 후 구워 먹는 야키니쿠 갈비(Yakiniku), 브라질에서 훈제한 뒤 바삭하게 구워먹는 코스티냐(Costelinha) 등 세계적으로 다양한 소갈비 요리를 찾아볼 수 있다.

다른 나라 못지않게 한국에서도 소갈비 사랑은 유별난데 특히 LA 갈비는 한국계 이민자들에 의해 발전된 갈비 요리로, 독특한 자르기 방식과 현지에서 적응을 통해 탄생한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LA 갈비는 횡절(Flanken cut) 방식으로 소갈비를 자르는데 이는 갈비뼈를 따라 길게 자르는 한국식과 달리, 뼈를 가로질러 얇게 써는 방식이다. 이렇게 자르면 한 조각에 2~3개의 뼈가 포함되며, 고기가 얇아 빠르게 양념이 배고 구울 때 더 빠르게 조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LA 한국 이민자들에 의해 유래된 LA 갈비 /픽사베이

세계인의 갈비 사랑은 이처럼 다양한 돼지갈비, 양갈비, 소갈비 요리들을 발전시켜 왔다. 다른 부위보다도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고 뼈에서 고기를 발라 먹는 재미가 있어서인지 다른 부위에 비해 가격도 비싸고 명절이나 잔치 때 손님 접대 메뉴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명절 때마다 갈비찜 하기가 버거워서 이번에는 갈비찜을 하지 말까? 그런 생각을 종종 해봤지만 일 년에 두 번 있는 추석과 구정 명절에 갈비찜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기대를 저버리기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