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 회장 참전에 고려아연·영풍 주가 요동···고려아연 경영권 향배는?
50%에 1주 더 갖는 주주간 계약 동맹 장씨-최씨 동업 끝나고 최윤범號 위기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를 이끄는 김병주 회장이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향배가 불투명해지고 두 회사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13일 영풍과 함께 다음달 4일까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단가는 주당 66만원으로 매수 대상 주식은 고려아연 보통주 144만5036~302만4881주(6.98~14.61%)다. MBK파트너스가 144만259~301만4881주(6.96~14.56%)를, 영풍은 4777~1만주(0.02~0.05%)를 취득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과 특수관계인(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과의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최종적으로 고려아연 지분을 영풍과 장씨 일가보다 1주 더 갖게 된다.
결국 MBK파트너스 주도로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고, 장씨 일가 소유 지분 일부에 대한 콜옵션을 부여받는다는 게 골자다.장씨 일가는 지난 6월 기준 고려아연 지분 33.14%를, 최씨 일가는 15.62%를 보유하고 있었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역할을 맡기로 영풍의 동의를 얻었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 참전이 발표되자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 전날보다 19.78% 오른 66만6000원으로 마감해 공개매수가를 뛰어넘었다. 영풍 주가 역시 상한가인 38만6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고려아연의 경영권도 함께 장악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그동안 고려아연을 실효적으로 지배해온 최윤범 회장은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영풍그룹은 1949년 장병희, 최기호 공동 창업주가 설립한 기업으로, 후손들이 대를 이어 동업하며 운영하고 있다. 장씨 일가가 영풍과 영풍문고, 전자 부문 계열사를,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과 기타 비철금속 부문 계열사를 맡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 고(故) 최기호·장병희 명예회장의 후손들이 공동으로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장형진 영풍 고문은 장 명예회장의 아들이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최 명예회장의 손자다. 양가는 2세까지 우호적 관계 속에 공동 경영을 유지해왔지만, 3세인 최 회장이 고려아연 대표에 취임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최 회장이 고려아연의 사업 영역을 금속 제련에서 2차전지 소재 등으로 확장하고, 투자금 유치를 위해 제3자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였다. 유상증자를 하면 최 회장의 우호 지분율이 높아지고, 장씨 일가의 지분율은 줄어든다.
갈등을 벌이던 양가는 지난 3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금과 정관 변경 안건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배당금 안건은 최씨 일가가 주장한 원안대로, 정관 변경 안건은 참석 주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되면서 정기 주총은 1 대 1 무승부로 끝났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지난 4월 영풍과의 황산 취급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하자 영풍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MBK파트너스의 '기습 참전'에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의 반격 카드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최씨 일가는 최근 고려아연 주식을 사들이는 한편,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약 1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등 지분율을 늘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군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공개매수와 함께 금명간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법원에 낼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매수에 대항해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이나 우호세력 규합을 하지 못하도록 손발을 묶겠다는 의도다.
장형진 영풍 고문은 “지난 75년간 2세까지 이어져 온 두 가문 공동경영의 시대가 여기서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3세까지 지분이 잘게 쪼개지고 승계된 상태에서 공동 경영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적절하지도 않다”며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비철금속 1등 제련 기업으로서 고려아연의 글로벌 위상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기업경영 및 글로벌 투자 전문가에게 지위를 넘기는 것이 창업 일가이자 책임 있는 대주주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가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고려아연의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66만원을 넘어서버려 기존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줄었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공개매수에 응모한 수량이 예정 물량에 못 미칠 경우 전량 매수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주가가 66만원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을 저지하려는 것도 최씨 일가의 매집으로 주가가 더 오르지 못하게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은 아직 대응 카드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공개매수는 경영권 사활이 걸린 사안이어서 최 회장 측에서도 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려아연과 영풍의 주가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