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같은 도쿄 지하철···'경쟁시장의 혜택'
도쿄 지하철 민영화가 불러온 서비스 향상 도쿄 시민 "공영화 된다고 해서 좋을 건 없어"
#7년 만에 도쿄를 다시 찾았다. 예나 지금이나 도쿄 지하철은 여전히 복잡했다. 한 역에 여러 노선이 교차하고 다른 회사의 노선 간엔 무료 환승이 불가능하다. '교통패스 사는 걸 또 깜빡했네. 한국처럼 공영화된 시스템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하지만 일본인들에게 직접 물어본 결과 답변은 예상과는 달랐다. 민영화된 현재 지하철 시스템이 경쟁 시장의 원리에 따라 '기술 혁신'과 '서비스 개선'을 이끌어 효율적이라는 것.
지난해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 '올리버 와이먼(Oliver Wyman)'의 싱크탱크인 '올리버 와이먼 포럼(Oliver Wyman Forum)'의 '도시 교통 이동성 순위(Urban Mobility City Rankings)'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교통 이동성'은 서울이 13위, 도쿄가 16위다. 도시교통 이동성의 대중교통 측정 기준은 대중교통 밀도, 효율성 및 활용률로 서울과 도쿄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대표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도쿄 지하철은 공영화된 서울과 다르게 민간 회사와 정부가 함께 운영한다. 도쿄메트로에 따르면 현재 도쿄 지하철에는 285개의 역이 있으며 9개 노선을 운영하는 '도쿄메트로(민영)'와 4개 노선을 운영하는 '도쿄도 교통국(공영)'이 있다. 각 회사의 노선은 서로 다른 운임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는 도쿄 지하철의 복잡성을 더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다.
도쿄관광재단에 따르면 공식 지하철 중 가장 큰 운영회사인 도쿄메트로는 9개 노선(△긴자선 △마루노우치선 △히비야선 △도자이선 △지요다선 △유라쿠초선 △한조몬선 △난보쿠선 △후쿠토신선)을 소유하고 있으며 총 180개 역과 전체 195km의 선로를 망라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기준 하루 평균 약 595만 명의 승객이 도쿄메트로를 이용했다. 시에서 운영하는 도쿄도 교통국의 '도에이선'은 △아사쿠사선 △미타선 △신주쿠선 △오에도선의 4개 노선이 있으며 106개 역을 커버한다.
반면 이러한 민간화가 오히려 '경쟁시장의 원리'에 의해 과거 공영화 시절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견이 일본인들 사이에선 강세다. 지난해 '올리버 와이먼 포럼' 보고서에 따르면 도쿄도 교통국, 도쿄메트로 및 소속 회사들의 '경쟁'을 통해 생성되어 온 서비스가 효율성 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시 운행'과 '청결한 환경'이 강점으로 꼽힌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 및 공공 회사 간의 경쟁은 기술적 혁신과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을 이끌었으며 이를 통해 도쿄 시민과 관광객들이 더욱 쾌적한 이동 경험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메트로와 도에이 교통은 서로 제휴하여 관광객을 위한 지하철 공통 승차권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턴 새로운 'Greater Tokyo Pass(그레이터 도쿄 패스)'를 통해 국제 방문객들이 도쿄 지역의 기차, 전철, 도에이 버스에서 유효기간 5일 동안 무제한 승차할 수 있다. 판매는 'PASMO PASSPORT'에서 'Greater Tokyo Pass'의 공식 웹사이트로 변경되며 스마트폰에서 디지털 패스를 보여주면 된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서비스도 시작될 예정이다. 지난 6월 도쿄메트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올인원 'LLM'(Large Language Model, '대규모 언어 모델'이라는 뜻으로 수십억 웨이트 이상의 파라미터를 보유한 인공 신경망으로 구성된 언어 모델)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 'Allganize Japan'과 협력해 2024년 가을까지 고객 서비스의 편리성 향상 및 업무 효율화를 목표로 고객 센터의 업무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며 "철도 업계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대규모 생성형 AI 활용 사례로 고객의 문의 처리 및 업무 효율성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9일 도쿄에 거주하는 A씨(여·49)는 도쿄 지하철 공영화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도쿄 지하철 공영화가 된다고 해서 나아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공영화 시절에 비해 훨씬 대중교통 서비스가 더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12년 넘게 오사카에 거주해 온 정경아 씨(여·42)는 "지하철 민간 운영으로 무료 환승이 어려운 단점이 있을 순 있지만 그 모든 단점을 상쇄시키는 만큼의 민간 지하철 서비스가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기업 간의 경쟁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없었던 지하철이 들어오는 구간에 생긴 안전 도어도 한 기업이 시작해서 다들 따라서 설치하려 하고 있다"며 "일본은 주차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하고 지하철 노선이 많고 복잡한 것이 오히려 다양한 경로로 갈 수 있는 장점이 되기도 해 도심에서 이동할 때는 지하철이 저렴하고 편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