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랑 박자 안 맞는 정부···윤-한 갈등 국회 불신에 영향 끼쳤나

"당-정 의료 개혁 문제 앙금 때문" "엇박자로 보는 것은 무리" 반박도

2024-09-12     김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왼쪽),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 등과 함께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국회 대정부질문 불참을 두고 정부와 여당의 손발이 맞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동훈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만나는 등 여당이 야당과 화해 기류를 조성하려고 하는데 정부가 대정부질문에 불참하면서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다.

1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장관들의 국회 대정부질문 불참에서 여당과 윤 정부의 박자가 맞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일 오후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을 앞두고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불참 논란이 벌어졌다. 야당은 "국회 무시를 넘어 능멸"이라고 비판했고 여당은 "여야가 승인했던 것을 뒤늦게 문제 삼는다"고 반박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만나면서 화해 기류를 만들고 민생 법안을 처리하려 했던 여당의 계획이 틀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윤-한 갈등이 여당과 정부가 엇박자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일 일부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수도권 중진 의원들을 대통령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그러나 한 대표와 친 한동훈계 최고위원들은 초청받지 못했다. 

이에 의료 개혁 문제로 인한 당-정 갈등의 앙금이 남은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지난 8월 25일 한 대표는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한 대표의 의견을 '대통령과의 차별화' 시도로 받아들인 대통령실은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며 이를 거부했다. 한 대표는 이후 "국민 건강에 대해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을 밝히며 대통령실과 생각이 다르다는 점을 계속 드러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실과 정부가 국회를 강하게 불신하고 있다"며 "공세만 펴는 야당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여당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통령실이 서운함을 가질 수 있다"며 "이 서운함이 국회 무시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에서는 여야의정 협의체 추진을 둔 정부와 여당의 온도 차를 부각하며 당정 간 틈을 벌리고 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MBC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은 여전히 한 대표를 믿지 못하고 있고 여당 대표가 사실 아무 힘이 없다"며 "윤 대통령이 정말 협의체를 통해 문제를 풀고자 하는 의지가 있느냐를 재는 가늠자가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느냐 마느냐의 문제인데 그런 면에서 어떻게 보면 민주당이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편 두 장관의 불참에 민주당도 사전에 동의했다가 이후 문제 삼은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의 엇박자라고 보는 건 무리라는 평가도 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동의를 해놓고서 오전에 갑자기 불참을 문제 삼았다"며 "이것을 민생 법안 처리하고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과 한동훈 대표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갈등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