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ISA 혜택 줄게, 금투세 다오"···개미 마음 돌리기엔?

해외 주식 직투·납입 한도 상향 카드 '큰손' 유출 걱정하는 개미들 "단편적" 정부·여당 "국장 버리겠단 소리" 압박

2024-09-12     허아은 기자
민주당 일각이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추진하는 대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납입한도를 늘리고 해당 계좌를 통해 해외 주식에도 직접투자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소규모 개인 투자자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카드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민주당 일각이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추진하는 대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납입한도를 늘리고 해당 계좌를 통해 해외 주식에도 직접투자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투세 시행 시 증시에서 '큰손'이 빠져나가 주가가 떨어질까 걱정하는 개미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한 카드라는데 '투자자 바람과 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12일 국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임광현 의원을 필두로 금투세 보완 패키지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패키지에는 소득세법 4개와 조세특례제한법 1개, 국민건강보험법 1개 등 총 6개 법안이 포함됐다.

이중 조특법 개정안에는 ISA 계좌 투자 범위를 해외 증시에 상장된 주식까지 넓히는 방안이 담겼다. 현행법상 ISA 계좌로는 국내 증시에만 직접투자를 할 수 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고자 한다면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개정안은 ISA 연 납입금 한도를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늘리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런 개정안을 마련한 것은 금투세 도입에 대한 개미 투자자의 불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개인 주식 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의 정의정 대표는 지난 9일 "세계 주요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동안 박스피에 갇혔다가 대외 악재에 무너지는 모습"이라며 "코스닥 지수는 올해 들어 하락률 세계 1위인데 하루빨리 민주당의 금투세 폐지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금투세가 "대다수 개미 투자자를 위해 도입된 것"이란 입장이다. 진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모든 증권 거래 시 발생하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5000만원 이상의 양도차익이 발생할 때만 소득세를 징수하는 것"이라며 "대다수 소액 투자자들은 아무런 세금 부담 없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 정책위의장의 주장에 대해 30대 소액 투자자 박모씨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단편적인 시선"이라며 "국장(한국 주식시장)에서 개미의 영향력이 얼마쯤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 소액 투자자는 세금을 더 낼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니라 큰손이나 해외 투자가 줄어들어 주가 자체가 빠질 것을 걱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ISA 계좌로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인 듯했다. 올해 초 한 증권사에서 ISA 계좌를 만들었다는 또 다른 소액 투자자 최모씨(25)는 본지에 "미장(미국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은데 해외 직접 투자가 가능해지는 것은 좋다"면서도 "그럼 한국 사람들이 다 해외 시장에 투자하려고 할 것 같긴 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여당은 민주당의 금투세 시행 추진을 제지하기 위한 사실상의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9일 최고위원회에서 "국내 증시를 버린다는 메시지를 다수당인 민주당이 줘서는 안 된다"며 "금투세 폐지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한 대학교의 증권투자동아리에서 "조속히 (금투세 시행 여부를) 논의해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