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영 더봄] 세계의 공장, 인도가 중국을 대체하고 있는 까닭은

[강정영의 부국강병] 젊고 풍부한 노동 인구에 싼 인건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투자 환경 세계의 투자자들 끌어모으고 있어

2024-09-16     강정영 청강투자자문 대표

요새 인도의 성장세가 무섭다. 최근 3~4년간 연간 경제 성장률이 7~9%대를 넘나들며 세계의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한국의 현대차와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과 미국의 애플 등이 중국에서 인도로 눈을 돌려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서방 각국의 인도에 대한 투자 열기도 뜨겁다.

이와 반대로 중국은 외국기업들이 떠나고 있다. 부동산발 위기에 공급과잉, 소비위축, 높은 실업률에 중국 정부 발표 통계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게 정설이다.

미국과의 패권전쟁으로 인한 갈등, 이웃 국가와의 잦은 분쟁, 시 주석의 종신집권에 따른 정책 경직성과 독단적 의사결정의 폐해로 ‘부자도 되기 전에 늙어버렸다’는 미부선로(未富先老)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올 정도이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중국 대신 인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와 달리 인도는 미국과 서방 기업들이 중국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다변화 추진으로 인도에 대한 직접투자가 2021년에 비해 4배 증가한 650억 달러에 달한다. 반면 대중국 투자는 2018년 180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로 대폭 축소되었다.  

인도는 노동인구의 메디안(중간) 나이가 28세로 매우 젊고 풍부한 생산가능 인구를 자랑한다. 중국 노동인구의 메디안은 40세이다. 인건비도 중국의 1/5 수준에 그쳐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다. 그에 더하여 영어까지 잘한다. 공용어이기 때문이다.

1인당 GDP도 현재 2500달러에서 2031년에는 5000달러를 목표로 하고, 2030년에는 미국 중국에 이어 일본을 제치고 국가 GDP 9300조 달러로 세계 3위를 목표로 한다.

인도는 일찍부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정착되어 투명하고 투자자 친화적이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각종 제도를 정비해 나가고 있다.

인도의 최대 상업 도시인 뭄바이에는 아시아 지역 기준, 억만장자 숫자가 베이징보다 많다. 이재용 삼성 회장이 막내아들 결혼식에 참석했다는 무케시 암바니는 인도 최고의 부자로 재산이 160조원에 달한다.

인도 경제의 원동력은 무엇보다 ‘인구’다. 총인구가 14억5000만명으로 최근 중국을 추월하여 세계 1위다. /게티이미지뱅크

인도 경제의 원동력은 무엇보다 ‘인구’다. 총인구가 14억5000만명으로 최근 중국을 추월하여 세계 1위다. 그중 도시 인구만 해도 6억7000만명이다. 경제성장으로 중산층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내수시장을 더욱 활성화시키고, 풍부한 노동력으로 인도의 고속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인도의 핵심적인 경제 정책은 제조업 육성이다. 수학을 잘하고 IT 강국임을 바탕으로 ‘메이커 인 인디아(Make in India)’를 표방하면서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의 중심 국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인도는 구구단이 19×19가 기본이며, 99×99까지 배우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한국과 인도는 2010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을 체결하여 14년 만에 무역 규모가 2배로 불어나 240억 달러에 달하여 중요한 무역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는 약 200년간 영국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47년 독립하였다. 종교 문제로 이슬람을 믿는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는 순차적으로 인도에서 분리 독립하였다. 아직도 인도 서북부 카슈미르 지역은 다수의 이슬람교도와 소수의 힌두교도 때문에 파키스탄과 인도가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며 충돌하고 있다.

인도는 젊고 풍부한 노동인구에 인건비가 싸고, 투명한 외국인 투자 제도를 자랑한다. /픽사베이

500년 전 대항해 시대 영국,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 등 유럽의 강국들은 인도가 황금이 가득한 미지의 세계였다. 누가 먼저 그곳을 개척하여 황금을 가득 싣고 돌아와 풍요롭고 부강한 국가가 되느냐로 경쟁하였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앞다투어 선단을 꾸려 배를 띄웠다. 콜럼버스가 발견했다는 카리브해 일대의 이름이 ‘서인도 제도’라 불리는 것도 당시에는 그곳을 인도로 알았던 데서 비롯된다.

50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인도가 대박이 나는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인도를 진짜 황금알을 낳는 기회의 땅으로 인식하여 찾고 있다. 중국을 대신하여 인도가 새롭게 글로벌 공급망의 한 축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고, 서로 윈윈하며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