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백일장] 하얀 이태리식 의자
제2회 해미백일장 주숙녀 님 출품작
내가 13년 전 이력서를 들고 이곳으로 들어올 때 유난히 이곳 이미지를 살려준 곳은 입구 오른쪽 파란 잔디 위에 시원한 물을 뿜어내는 분수대와 이태리식 하얀 철 의자 세트였다. 그곳을 볼 때 이곳 어르신들의 생활이 그려지면서 나도 햇살이 좋은 날 어르신을 모시고 예쁜 쟁반에 맛있는 다과와 노란 주스를 담아서 같이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을 그려 보면서 출근하였다.
조회 시간에, 누군가를 위해서 잠들기 전 기도하면서 잘못된 일이 있으면 그 모든 것을 용서하고 나 또한 용서를 구하고 사랑하고 감사하다고, 내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훈련을 아침마다 하면서 참 많은 감동 속에서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지금과는 다르게 봄이면 벚꽃 나들이, 가을이면 단풍 구경, 또 가을 운동회며 대형 버스에 편마비 어르신을 모시고 2시간 이상을 가서 바다를 보여드리고 맛있는 회도 먹여드리고 오면서 참 많이 행복했었다.
나의 부모님과 나의 훗날을 상상하면서 혼자서 웃다가 울다가 하면서 또 다른 날 저녁 7시경 공연이 있다며 건강이 되시는 분들을 모시고 나가서 저녁 식사는 맛있는 것 드시고 공연 보고 밤이 되어서 어르신들 계시는 곳에 모셔 드리고 늦은 시간에 퇴근하여도 누가 시간 외 수당을 달라는 사람도, 피곤하다고 투정 부리는 이도 없으며 혹시나 늦은 밤에 들어오신 어르신들 피곤하지 않을까, 내일 몸살은 나지 않을까 염려뿐이었다.
코로나19는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앞에 언급했던 행사는 모두 취소가 되었고 어르신 안정과 직원 안전이 우선이었고 변화되는 보호자의 성향과 하루가 멀다고 바뀌는 정책에 숨 가쁘게 따라야 했으며 매일매일 일손 부족으로 정말 말 그대로 자리에 한 번 앉을 시간 없이 그날그날 해야 할 일들을 해야 했다.
신입 직원이 오면 그저 3개월 출퇴근만 잘하라고, 모든 일들이 스펀지에 물 스며들듯이 자리만 지키면 다 잘 된다고 위로하면서 어려워하면 내가 다 한다면서 안심시켰으나 “내일 출근 못 한다”고 말 한마디 던지고 나오지 않을 때면 힘이 빠졌다. 그러나 대충 예상한 일이라서 또 내일은 어떤 사람이 올까 기대하게 된다.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비닐 옷 입고, 쓰고, 끼고, 신고, 소독하고, 몇 중으로 방어 장비를 착용한 후 케어할 때면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었고 땀띠로 따가웠다. 그래도 어르신께 음식도 드려야 하고 프로그램도 해야 했고 목욕도 해 드려야 했다. 코로나로 외부 강사가 오지 못하므로 그날그날 기대하시는 어르신들께 실망을 안겨드리지 않기 위해 노래 연습에 춤 연습까지 어르신들의 하루하루를 즐겁게 해 드려야 해서 가진 달란트로 재주를 부렸다.
난 그래도 꽃꽂이 사범 자격증이 있고 해서 잘 활용할 수가 있었다. 비행기와 학밖에 접어본 적이 없는 나는 집에서 밤새 장미꽃, 해바라기, 12월이면 트리며 눈사람 만들기 등을 연습해서 어르신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시간을 채워야 했다. 이런 일상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으나 어느덧 코로나는 끝났고 이제는 외부 강사가 오셔서 직원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고 또 어르신들께서는 더 행복한 시간이 되어서 감사 하다.
20여 년 장기 근속한 선배들이나 갓 입사한 신입직원이나 급여는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일에 대한 많은 보람을 느끼고, 얼마 전 도지사상을 받고 많은 위안이 되기도 하였다.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요양보호사의 처우가 내년에는 어떻게 달라질지 희망을 품어 보면서 어르신 곁으로 다시 달려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