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업계 올 하반기 경쟁 키워드는 ‘스테디셀러·비국물’

신라면·진라면·팔도비빔면 등 스테디셀러 파생제품 출시 ‘편의점 꿀조합’ 트렌드에 비국물 라면 신제품 잇따라 식품업계, R&D 투자 비중 낮아···스테디셀러 의존도 커

2024-09-11     류빈 기자
농심은 용기면 신제품 ‘신라면 툼바 큰사발면’을 오는 23일 출시한다. /농심

라면업계가 가을·겨울 시즌을 맞아 신제품 출시를 통해 하반기 경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라면 시장은 스테디셀러의 영향력이 큰 만큼 기존 브랜드를 리뉴얼하거나 파생 제품을 선보이는 추세다. 또한 통상 가을·겨울은 국물 라면 성수기로 꼽혔지만 올해는 ‘비국물 라면’이 대세로 떠오르며 국물 없이 비벼먹을 수 있는 라면 위주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심과 오뚜기, 팔도 등 주요 라면 업체들이 신라면, 진라면, 팔도비빔면 등 각 사 스테디셀러 브랜드를 활용한 라면 신제품과 리뉴얼 제품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특히 농심과 팔도는 기존 브랜드 파생 제품으로 비국물 라면을 출시했다. 

농심은 용기면 신제품 ‘신라면 툼바 큰사발면’을 오는 23일 출시한다. 신라면 툼바 큰사발면은 신라면에 우유와 치즈, 새우, 베이컨 등을 넣어 만드는 인기 모디슈머 레시피 ‘신라면 투움바’를 제품으로 구현한 것이다. 신라면의 매운맛을 바탕으로 생크림, 체다치즈, 파마산치즈의 고소하고 진한 맛을 더해 매콤하고 꾸덕꾸덕한 식감을 구현하고, 버섯, 마늘, 청경채 등 건더기와 전자레인지 조리도 가능해 더욱 진한 소스맛을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농심은 향후 ‘신라면 툼바’ 브랜드의 글로벌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팔도가 지난달 8일 출시한 ‘팔도비빔면Ⅱ’ /팔도

팔도는 지난달 8일 ‘팔도비빔면Ⅱ’를 선보였다. 소비자 취향에 따라 뜨겁게 또는 차갑게 먹을 수 있는 비빔라면으로, 간장, 후추 베이스의 감칠맛이 특징이다. 차돌박이, 골뱅이 등 선호하는 토핑을 곁들여 먹을 수 있다. 기존 팔도비빔면은 여름철 비빔면 성수기에 한정돼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파생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양사가 볶음면, 비빔면 등 비국물 라면을 선보인 것은 젊은 연령대에서의 선호도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편의점 GS25에서는 올해 상반기 비빔·볶음라면 등 비국물류 라면 제품 매출 신장률이 25.3%를 기록했다. SNS 상에서 비국물 라면에 삼각김밥, 소시지 등을 함께 비벼 먹는 다양한 ‘편의점 꿀조합’이 인기를 끌며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오뚜기는 자사 대표 라면인 진라면을 11년 만에 리뉴얼했다. /오뚜기

오뚜기는 자사 대표 라면인 진라면을 리뉴얼했다. 진라면이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을 한 것은 2013년 이후 약 11년 만이다. 조리 간편성을 위해 물 권장량을 기존 550㎖에서 500㎖로 변경해 생수병 1개로 간편하게 계량할 수 있다. 또한 순한맛과 매운맛 등 진라면 2종 모두 양지 원료 보강을 통해 진한 육수맛과 감칠맛을 보강했고, 건더기는 기존 대비 10% 이상 증량했다. 면발도 쫄깃함을 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국물 배임성도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라면 업체가 기존 스테디셀러 제품의 맛과 콘셉트를 변형시킨 파생 제품을 출시하는 이유는 익숙함으로 접근성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트렌드를 반영해 젊은 층도 흡수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농심의 경우 스테디셀러 파생제품인 신라면 더레드, 짜파게티 더블랙, 순하군 안성탕면 등을 중심으로 매출이 성장하며 올해 상반기 라면사업 부문이 3.6% 성장했다. 

다만 일각에선 식품업계가 베스트·스테디셀러 제품에 과하게 의존하고 기존 상품 리뉴얼, 타사 제품 모방 등에 한정돼 있어 신규 브랜드 출시를 위한 연구개발(R&D)에는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식품 관련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 비중은 1% 전후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R&D 투자액 상위 1000개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 비중 평균이 4.4%인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식품기업들이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어 장수 스테디셀러 제품에 의지해 매출을 유지하는 경향이 크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라면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식품업계는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대규모 장비나 신소재 등이 필요하지 않다”며 “식품기업들은 보통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고 새로운 맛을 만드는 데에 R&D를 투자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자동차, IT업계 등에 비해선 규모가 작게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