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계엄령? 그게 지금 가능해?
[신율의 정치In] 민주당 근거 명확하게 못 해 실제 발령 시 경제 곤두박질 軍 이상한 집단 매도 말아야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도 ‘계엄령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어떤 의원은 "계엄령 관련 제보를 받았다거나 제보를 받았다는 이를 만나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반면 일부 의원들은 "어떤 당내 인사가 제보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 제보 내용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한다. 이런 민주당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계엄 관련 제보 내용을 알고 있는 민주당 인사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구체적인 제보가 있다고 주장하는 인사는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 정도인데 그 역시 근거는 ‘차차’ 밝히겠다고 말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계엄령이라는 국가적 중차대한 사안과 관련해서 ‘설(說)’만 난무할 뿐, 아무도 증거나 근거를 명확히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계엄령이 정말 가능할 것인가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필자와 비슷한 연배이거나 아니면 필자보다 윗세대에 속하는 사람들은 계엄령이 어떤 존재인지 잘 알고 있다. 박정희 정권 시절이나 광주 민주항쟁 당시에 계엄령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계엄을 체험한 세대들은 현재의 계엄령 주장에 쉽게 동조할 수 없다. 이유는 이렇다. 먼저 만일 계엄령이 떨어지면, 그때부터 우리 경제는 곤두박질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OECD 국가 중에서 계엄령을 발동했던 국가는 최근 40여 년 동안 전혀 없다.
‘비정상적인 정치 상황’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만이 아니라, G10 안에 들어가는 정도의 국가라면 정치 체제가 그 정도로 허약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다른 G10 국가들의 정치도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북한의 도발에 의한 ‘비정상적 상황’은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우리 영토 일부를 점령하는 등의 국지전 이상의 도발을 감행하지 않는 이상, 계엄 발동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두 번째로 들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은 정보 사회에서 계엄은 먹힐 수 없다는 점이다.
과거 광주 민주항쟁이 발생할 당시의 계엄 상황을 생각해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계엄 당국의 언론 검열이다. 당시 광주에서 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학살당했음에도, 계엄 당국의 언론 검열 때문에 ‘광주에 소요 사태 발생’이라는 단신만 접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서 계엄령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언론을 통제해야 하는데, 요사이 우리나라에서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유튜브, SNS와 같은 1인 미디어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데 이런 상황에서 계엄을 실시하고 언론을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미얀마와 비슷한 수준의 정치·경제·사회 구조를 우리가 가지고 있다면 계엄 통치는 가능할 것이다. 즉 미얀마 군부 세력처럼 인터넷을 통제할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는 말인데, 우리나라에 이런 상황이 초래되면 모든 기업 활동이 멈출 수밖에 없게 되고 그래서 국민의 일상은 멈춰버릴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의원들 42명만을 구금 혹은 체포하면 국회가 계엄을 해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는데 이 정도의 의원을 구금할 경우 국회를 해산시키는 것이 오히려 손쉬울 것이다.
또한 계엄을 선포하는 즉시, 대통령은 국회에 이를 통보해야 하는데 그사이에 의원들을 체포 혹은 구금하는 것은, 시간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뿐만이 아니라, 의원들을 ‘현행범’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법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 정도면 대한민국은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들을 종합해 보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계엄령 선포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런 계엄령 주장 때문에 가장 피해를 보는 집단은 바로 대한민국 국군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가 안보를 위해 헌신하는 이들을 ‘계엄령’이라는 틀 속에 가두고 명령이 떨어지면 무조건 따르는 집단으로 묘사하는 것은 이들의 직업윤리와 정신을 무시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들의 사명감을 폄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우리의 군을 ‘이상한 집단’으로 매도하지 말았으면 한다. 계엄령에 대한 집착을 이제는 좀 버렸으면 좋겠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