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칼끝 우리지주 최악 시나리오···경영실태평가 2등급 넘을까

100억원 횡령·손 전 회장 부당대출 동양·ABL 인수 "당국과 소통 없어" 1년 앞당겨진 경영실태평가가 관건

2024-09-09     허아은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연일 우리금융그룹 경영진에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100억원대 횡령 사건과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의혹을 면밀히 파헤치겠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연일 우리금융그룹 경영진에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100억원대 횡령 사건과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의혹을 면밀히 파헤치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에 대해서도 문제 삼으며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칼끝을 정면으로 겨누는 모습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우리금융그룹의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지난 4일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 간담회' 종료 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금융의 생보사 인수 결정에 대해 신문을 통해 알았을 정도로 금융당국과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원장은 또한 "우리금융의 생보사 인수 결정은 포트폴리오 확장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보험사와 은행은 리스크 요인이 다르다"며 "지주사의 리스크 관리에 이런 요소들이 정교하게 반영됐는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8일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를 결의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던 바 있다. 이는 임 회장이 지난해 2월 취임 직후부터 추진해 왔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따른 것이다.

이뿐 아니라 임 회장 취임 후 3개월 만인 5월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을 합병하고 자회사로 편입해 10년 만에 다시 증권업에 진출했다. 다만 우리금융은 롯데손해보험 인수에도 관심을 보였으나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해당 건은 불발됐다.

이복현 원장은 이와 관련 "증권사 인수 등 포트폴리오 확장 과정에서 리스크가 있는데 생보사는 (증권사보다) 훨씬 큰 건"이라며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를) 검토 중인 것은 알았지만 계약이 체결됐다는 것을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금감원은 내년으로 예정됐던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경영 실태 평가를 위한 정기 검사도 1년 앞당기기로 했다. 여기엔 생보사 인수뿐만 아니라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건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은행은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이나 개인사업자 차주를 대상으로 616억원을 부당대출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손 전 회장의 처남인 김모 씨가 체포되기도 했다. 임 회장 거취 이외에도 올해 임기가 만료하는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연임이 불투명한 이유다.

우리은행은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이나 개인사업자 차주를 대상으로 616억원을 부당대출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조병규 우리은행장 임기는 올해까지다. /연합뉴스

특히 이복현 원장은 현 경영진도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간담회에서 그는 "감독 당국 측면에서 보면 잘못된 운영이 숨긴 부실을 만들 수 있고 관계 지향적인 운용이 전체 수익성, 건전성의 숨겨진 리스크를 줄 수 있기에 현재 경영진의 책임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우리은행에서 1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불거졌을 때도 그는 "본점에 문제가 있을 시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최대한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기준 우리은행은 우리금융 전체 순익의 99%를 벌어들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경영진 전반이 압박을 크게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임 회장의 임기가 2026년까지인 만큼 지켜보긴 해야겠지만 검사 결과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우리금융이 금감원의 경영 실태 평가에서 2등급 이상을 받지 못할 경우 생보사 인수는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해당 평가에서 3등급 이하를 받은 금융그룹은 보험사 인수를 위한 금융당국의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무사히 마친다고 해도 넘어야 할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먼저 두 생보사의 통합이 필요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애초에 합병을 염두에 두고 인수를 추진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하나의 금융지주가 두 개의 생보사를 각기 운영하는 것은 규모의 경제를 일으키기 어렵기 때문.

임종룡호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경영 실태 평가 성적이 3등급 이하로 나오거나 동양생명과 ABL생명 합병 관련 주주의 불평이 터져 나오는 경우다. 두 회사는 업계 8, 9위지만 당기순이익 격차는 크다. 지난해 기준 동양생명의 당기순이익은 3000억원이었으나 ABL생명의 경우 800억원의 순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장회사인 동양생명과 비상장회사인 ABL생명 간 합병에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사례처럼 합병 비율이 논란이 될 수 있다. 정다원 KB증권 연구원은 "합병비율 이슈를 피하려면 동양생명의 완전 자회사 편입 뒤 합병을 추진해야 한다"며 "추가적인 자본과 시간이 필요하고 보통주자본비율(CET1) 영향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통합이 이뤄지더라도 고용 승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양사의 노동조합은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고용 승계 및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라며 "양사의 실적이 다른 만큼 상대적으로 규모가 더 큰 동양생명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