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김병환 금융위원장···"자산운용업 투자자 기대 부응 못해"

"선진국 대비 간접투자 비용 낮아" 사적연금 발전 운용사 역량 강조

2024-09-05     박소연 기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자산운용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당부했다. /연합뉴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자산운용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국내 시장이 선진국대비 간접투자 비중이 낮다며 자산운용업이 투자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5일 김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10개 CEO들과 만나 자산관리 및 건전한 시장발전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간담에 참석한 운용사는 삼성‧미래에셋‧한화‧교보악사‧IBK‧칸서스‧메리츠대체‧라이프‧쿼드‧베어링자산운용 등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몇 년 사이 국내 자산운용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간접투자 비중이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국내 자산운용업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기울여달라고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운용업계는 상장지수펀드(ETF) 베끼기,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 등 단기적 수익 추구에 치중하느라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해 자산운용업계가 자산관리자이자 자본시장의 주요한 투자자로서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 달라"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시장 건전성과 관련해서는 "특정 자산·상품에 대한 쏠림현상이 자산운용업계에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자산이 편중되고 시장 동조화가 심화할 경우 금융안정이 저해되고 외부 충격 발생 시 투자자 보호 및 금융회사 건전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혁신 기술을 활용해 독창적이고 특화된 상품을 만들고 투자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노력을 해달라"며 "그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규제가 있다면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사적연금시장 발전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타깃데이트펀드(TDF·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고려해 생애주기별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율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펀드) 위주의 펀드 투자가 이뤄지는 해외 사적연금시장을 볼 때 국내 사적연금시장 발전도 운용사 역량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관련해 운용업계 지원을 약속하면서 "정부가 어제 연금 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한 만큼,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퇴직·개인연금도 함께 혁신할 계획"이라며 "금융위도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일임형 퇴직연금 샌드박스, 퇴직연금 갈아타기 시스템 구축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들은 국민 자산형성 및 자본시장 선진화에 힘쓰겠다면서 건의사항도 전달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퇴직연금 시장이 원리금보장상품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어 국민의 노후보장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며 "실적배당형 상품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